‘서진이네’에게 ‘PPL’이란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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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서진이네‘에게 PPL이란 무엇일까. 인기 있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많이 보는 혹은 많이 보리라 예상되는 프로그램에 자연히 붙게 마련인 PPL(Product PLacement) 광고는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사실상 프로그램 제작사와 기업, 서로에게 ‘윈윈’인 전략이다. PPL을 그냥 받진 않으니까, 제작사는 덕분에 프로그램 제작비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고, 기업은 덕분에 팔고자 하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인지 혹은 주입시키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할까. 이제 남은 과제는, 해당 프로그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PPL로 들어온 제품을 노출하느냐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이제 시청자들, 대중에게도 PPL은 너무 익숙한 것이 되어, 어떻게 해도 눈에 띄기 마련이란 것.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다. 자연스러움으로 위장한 부자연스러움이란 발각의 가능성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애초부터 시간 문제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터. 진짜 흥미로운 건 이제부터다.

PPL의 이면과 속성을 거의 파악한 상태의 대중이, 이제는, 팔려고 하는 제품을 얼마나 재기 넘치게 작품 속에 녹여 내느냐, 되물으며 오히려 제대로 속여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치라면, 기꺼이 속아 넘어가 줄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작품의 일부분, 즉 정말 하나의 소품으로 잘 활용한 경우의 PPL을 맞닥뜨리면, 알면서도 그 의도한 바에 제대로 부응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와중 눈여겨보아야 할 예가 등장했다. ‘서진이네’다. 모든 출연자가 배우 출신임에도 PPL을 할 때면, 그들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지극히 인위적인 연기, ‘발 연기’를 선보인다. 노화로 눈이 침침하다더니 눈에 좋은 약품을 먹고 눈이 번쩍 뜨인다고 한다거나 뭔가 맛이 부족하다더니 육수를 내주는 상품을 이용한 후 맛이 한층 깊어졌다며 감탄을 내뱉는다거나, 떡볶이 종류의 인스턴트식품을 함께 먹더니 조리도 간편하고 맛있기도 하다며 때아닌 설명조의 말투를 덧붙인다거나.

누가 봐도 PPL인 게, 저런 장면이 나오고 나면 꼭 해당 제품을 클로즈업하여 화면에 한가득 담아내기 때문이다. 아예 제대로 광고임을 티 내는 방식으로, 시청하던 대중은 생각지 못한 배우의 어설픈, 일명 뚝딱거리는 연기력에, 심지어 배우 본인조차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리다 제품이 등장하면서, 아, PPL이네, 하고 ‘유쾌하게’ 깨닫는다.

이 ‘유쾌하게’가, ‘서진이네’ PPL의 핵심인 것이다. 물론 호불호는 갈리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효과는 꽤 성공적이다.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배우가 좋다며 감탄하는 제품을,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찾아보고 있으니 말 다한 셈. 이왕 해야 하는 PPL, 영화나 드라마처럼 자연스레 버무려볼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닌 예능이 할 만한, 아니 예능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잘하는 영역의 힘을 빌린 결과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서진이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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