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카르텔’ 발언 이후…올해 R&D 1만2000개 연구비 ‘싹둑’
97개 중단…“연구 성과 하향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연구·개발(R&D) 카르텔 타파’를 지시하면서 올해 1만개 넘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비가 일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R&D 연구 97개는 아예 도중에 중단됐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결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과기정통부의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7069억원 줄어든 8조9489억원이다. 지난해 지원됐던 계속과제 연구비도 당초 과기정통부와 연구기관 등이 체결한 협약액보다 감액됐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전년도에 이어 이듬해에도 수행할 R&D 사업을 ‘계속과제’로 선정한다.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과기정통부 자료를 보면, 과기정통부는 소관 R&D 과제 중 약 1만2000개에 대해 연구·개발비와 연구·개발 목표 하향 등 협약 내용 변경을 진행했다.
해당 과제들의 2023년 예산계획서상 연구비는 5조7700억원이었지만, 올해 예산에 반영된 연구비는 4조2000억원이다. 계획 대비 30%(1조5700억원) 가까이 감액된 것이다.
R&D 예산 삭감으로 아예 중단된 계속과제 연구도 97개다. 중단된 97개 과제에 지난해까지 투입된 누적 연구·개발비는 716억원에 달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대신 협약 내용이 변경된 상당수도 연구·개발 목표가 하향 조정됐다. 특히 연구·개발비가 70% 이상 축소된 347개 과제 중 316개(91.1%)가 목표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과기정통부는 예산 삭감에 따른 계속과제 협약 변경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준비했으나, 대규모의 급격한 예산 삭감으로 인한 연구현장의 혼란을 막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대다수 조정 대상 과제의 연구비 및 성과가 하향 평준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내년도 R&D 예산을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직접 약속한 2022~2026년 중기재정계획 운용 수준인 3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고, 근거 없이 삭감된 계속과제들에 대한 복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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