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순위 청약 ‘문턱’ 다시 높이나
거주 자격·무주택자 등 요건 보완 필요성 여론에 제도 개편 검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로또 청약’ 단지에 100만명 이상의 청약자가 몰리며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무순위 청약 문턱을 너무 낮춘 것이 ‘청약 광풍’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수용한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5일 “현행 무순위 청약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제도 개편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이나 미분양으로 나온 잔여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청약을 다시 받는 제도다.
최근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 나오는 무순위 청약엔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청약자가 몰리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달 경기 동탄2신도시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사상 최고 경쟁률을 갱신했다. 당시 청약홈 서버가 마비돼 부동산원이 접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34~132㎡는 3가구 모집에 101만3456명이 몰렸다. 서울 동작구 흑석자이(1가구·82만9000명), 경기 고양시 DMC 한강자이 더헤리티지(2가구·21만2000명) 등 다른 수도권 무순위 청약 단지들에도 수십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무순위 청약 단지들에 ‘광풍’ 수준의 청약 수요가 몰리게 된 건, 무순위 청약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진 영향이 크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5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이지 않도록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자격 요건을 제한했다.
하지만 그 후 1년7개월 만에 정부는 다시 이 조건을 풀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등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자 ‘국내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년자’면 누구나 청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올림픽파크포레온 무순위 물량 899가구(전용 29~49㎡)는 전국에서 몰려든 4만1540명이 청약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다주택자까지 청약을 할 수 있게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 주택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자, 청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판단 없이 이뤄지는 소위 ‘묻지마 청약’ 현상도 다시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무순위 청약의 요건 완화가 청약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무순위 청약 관련 보고서에서 “청약 당첨 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가 무산되어 추가로 입주자모집공고를 진행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무순위 청약에서도 거주 자격, 보유 주택 수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