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타이어, 차보다 잘 나간다
기술력으로 중국 업체 따돌리고
자율주행차 시장 등 판로 다각화
전기차 캐즘·불황 뚫고 승승장구
신차용·교체용 ‘투 트랙’ 전략에
‘SUV 선호 현상’ 호재까지 작용
타이어는 좀 특별하다. 자동차를 이루는 수만개의 부품 중 하나이지만 완성차의 그늘에 가려 이름조차 잃어버린 다른 부품과는 달리 존재감이 뚜렷한 편이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바퀴 한구석에 선명하게 아로새긴 브랜드 로고가 보인다. 요즘 들어 잇단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가 완성차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만의 브랜드를 과시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타이어의 자존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니 경기 불황이니 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타이어 업계가 요즘 보기 드문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신차가 안 팔리면 그에 달린 자동차 타이어 실적도 죽을 쑬 게 뻔한데 결과는 딴판이다. 국내 타이어 3사는 나란히 지난 2분기(4~6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2분기 매출 7638억원, 영업이익 6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0.5%, 영업이익은 69.5%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도 매출 1조1319억원, 영업이익 151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특히 매출은 지난해보다 12.7% 오르며 창사 이래 역대 2분기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0%나 올라 13.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13% 이상의 영업이익률 실현이다.
고수익·교체용 타이어 ‘투 트랙’ 전략
판로 확대가 첫째 비결로 꼽힌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시장이 쪼그라들어도 판매망을 다각화하면 위기 돌파가 가능해서다. 넥센타이어는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스텔란티스 등 세계 29개 브랜드, 115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차량 시장을 뚫었다. 중국 우한에서 상용화에 돌입한 인공지능(AI) 기업 바이두의 완전 자율주행(레벨4) 로보택시 ‘아폴로 RT6’에 신차용 타이어로 ‘로디안 GTX’를 납품하게 됐다.
무인택시 아폴로 RT6는 현재 우한에서 500여대가 달리고 있다. 연말까지 1000여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자율주행 차량은 전 세계에서 이제 서서히 열리고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수많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 무인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 차량에 타이어를 공급한다는 것은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타이어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 폭스바겐의 멀티밴 T7에 신차용 타이어 ‘엑스타 HS52’를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의 스포츠카 GT쿠페에 타이어를 공급한다. 한국타이어가 AMG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MG GT 쿠페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는 제품은 최적의 접지력과 정밀한 핸들링 성능을 갖춘 ‘벤투스S1에보Z’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부터 BMW 고성능 브랜드인 M과 아우디 고성능 브랜드 중 하나인 RS에도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둘째 비결은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어머니’ 전략에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파는 큰아들이 장사가 잘되고, 해가 나면 짚신을 파는 작은아들의 장사가 잘되니 어머니로선 걱정할 일이 없다. 타이어 업계도 마찬가지다. 넥센타이어의 신차용 타이어 비중은 20% 수준이다. 신차용 타이어 시장이 신통치 않으면 교체용 타이어를 팔아 수익 확대를 꾀하면 된다. 경기가 어려우면 기존 차량의 정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도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고수익 타이어를 비롯한 교체용 타이어 시장 공략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잘 어우러져 높은 성장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때문에 차량 무게가 많이 나가는 탓에 타이어의 교체 주기가 내연기관(4∼5년)보다 1년 정도 빠르다는 점도 교체용 타이어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인도 이어 미국·유럽 시장 공략
타이어 회사 실적이 날개를 단 마지막 비결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선호 현상’이다. SUV는 세단 등에 비해 차체가 크다. 그만큼 대형 타이어를 장착하려는 수요가 많아진다. 한국타이어는 SUV 전용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다이나프로 HPX’를 유럽 지역에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다이나프로 HPX는 국내에서 2022년 출시된 제품으로, 사계절 내내 적용되는 핸들링·제동 성능 덕분에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자랑한다고 한국타이어는 소개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성장세가 지속하면서 SUV 특성에 최적화된 혁신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 SUV 모델들과 신차용 타이어 공급 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도 고성능 및 전기차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18인치 이상 대형 타이어 판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프리미엄 브랜드인 ‘이노뷔’ 론칭 효과가 더해져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는 아직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한 분야다. 전기차 수요가 한풀 꺾였다지만, 국내 타이어 3사가 계속해서 관련 투자를 늘리는 배경이다. 전기차 성장세가 꾸준한 중국·인도 타이어 시장이 집중 공략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타이어가 많이 팔리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향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약 80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헝가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공장 구축을 검토 중이다. 넥센타이어가 약 5000억원을 투자한 체코의 유럽공장은 2단계 증설을 마치고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유럽 시장에서는 판매 단가가 높은 고인치(18인치 이상) 및 전기차 타이어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각각 40% 수준이며, 금호타이어는 30% 정도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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