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진동 없이 편안하게…몸집만 작네, 이 전기차
현대자동차는 200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했다. 일본에서 니켈수소 배터리를 수입해 쓸 수 있었지만,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국산화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15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12V(볼트), 48V와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전기차(EV)·수소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세계 유일 완성차 업체가 됐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한 수입 전기차 화재 사고는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까지도 힘겹게 만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 화재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 판매가 동력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최근 출시된 기아 EV3 판매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대중화를 열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도 비슷한 형편이라고 한다.
최근 캐스퍼 일렉트릭을 시승한 뒤 그 업계 관계자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기자도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전기차가 화재 때문에 안 팔린다면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놀라웠다. 최고출력은 84.5㎾(킬로와트·114.9마력)로 높지 않지만, 전기차 특유의 가속 성능이 맛깔나다. 도심 주행에서는 따라잡을 차가 썩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승차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차체 하부에 있는 대형 배터리가 중심을 잡아줘서인지 앞뒤로 또는 좌우 쏠림이 많지 않았다. 포장 상태가 나쁜 도로에서도 바퀴의 움직임이 경박하지 않고, 제법 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잔진동이 거의 없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한 콕핏 구성과 기능도 경차 수준을 넘어선다. 운전대는 고성능 세단처럼 꽤 크고 두툼하다. 운전대 옆에 붙은 칼럼식 기어도 현대차 대부분의 모델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트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스포츠·에코 등 주행모드를 바꾸는 기능, 열선 및 쿨링 시트 기능도 갖췄다.
애써 단점을 찾았더니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대시보드 중앙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대시보드 접합부의 조립 상태가 약간 성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거리는 315㎞로, 49kWh(킬로와트시)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과연 이 배터리는 안전할까. 시승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의 설명이 해답이 될지 모르겠다.
“전기차가 성장통을 겪는 시기인 것 같다. 하지만 현대차는 같은 성장통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겪었다. 코나 전기차 화재로 불량 배터리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배터리 공정 개선과 품질 향상 작업을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했고, 그 결과물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사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배터리는 여기서 만든다. 현대차가 배터리 기술에서는 최고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