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층…세계서 가장 높은 목재 빌딩
미국에서 나무를 재료로 사용해 높이가 182m에 이르는 55층짜리 고층 빌딩 건설이 추진된다. 완공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재 건축물 자리에 오른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 당국은 캐나다의 건축 설계 기업인 마이클 그린 아키텍처(MGA)에 의뢰해 목재를 주요 재료로 한 고층 빌딩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워키시가 목표로 한 빌딩 최고 층수는 55층이다. 높이는 182m다.
새로 지을 목재 빌딩에는 주택 750채, 호텔 300호실이 들어간다. 사무실에 1만7000㎡(축구장 2.4배), 상가에 3700㎡(축구장 절반) 면적이 배정된다. 대규모 주차장과 공공 광장도 조성된다.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섞여 있는 거대한 건물이다. 건설에 총 7억달러(약 94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밀워키시가 목재 빌딩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철근 콘크리트 빌딩보다 건설 과정에서 탄소를 덜 내뿜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저감이 세계적인 화두가 됐는데, 철근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시멘트와 철강은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다량 내뿜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건물을 지을 때 목재를 쓸 경우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철근 콘크리트의 약 25%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밀워키 시당국은 “저탄소 건물을 구축할 것”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말 거대한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빌딩 건설용 자재로 사용하는 목재는 ‘구조용 집성판(CLT)’이라는 형태로 가공하기 때문이다. CLT는 목재의 결을 직각으로 교차시킨 뒤 접착한 것이다. 무게 대비 압축강도(짓누르는 힘에 견디는 능력)가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다.
목재를 건물 주요 자재로 쓰면 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다.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 없어서다. 목재를 수송해 건설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된다. 현재 목재를 재료로 지은 가장 높은 건물은 역시 밀워키시에 있는 ‘어센트 빌딩’이다. 2022년 완공됐는데 최고 층수는 25층이고 높이는 86m다. 층수나 높이에서 새로 지을 목재 빌딩이 2배 이상 압도한다. MGA는 “새 목재 빌딩은 건축 기술과 설계를 발전시킬 기회”라며 “도시 생활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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