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끌려가 특허 뺏긴 경남 발명가…법원 “유족에 이자까지 23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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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노 '홀치기' 염색 기술 특허권을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경남 출신 발명가의 유족에게 국가가 23억 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다만 유족은 특허 의장권 존속 기간이 잘못 산정됐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을 실로 묶거나 감아서 염색한 뒤 풀면 무늬가 나타나는 '홀치기' 기법의 발명가인 고(故) 신모 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7억300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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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명예회복 못 하고 숨져
- 유족 “가치환산 미흡, 항소예정”
기모노 ‘홀치기’ 염색 기술 특허권을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경남 출신 발명가의 유족에게 국가가 23억 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다만 유족은 특허 의장권 존속 기간이 잘못 산정됐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을 실로 묶거나 감아서 염색한 뒤 풀면 무늬가 나타나는 ‘홀치기’ 기법의 발명가인 고(故) 신모 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7억300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금액의 지연 이자까지 합하면 이들이 받는 금액은 총 23억6000만여 원으로 늘어난다.
창녕에서 태어나 마산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한 고인은 한 때 일본에 큰 인기를 끈 이 기법을 발명한 뒤 5년간의 소송 끝에 1969년 특허권을 얻었다. 이후 1972년 기술 모방 업체 다수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1심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배상 금액은 5억2000만여 원이다. 그러나 고인은 그해 항소심을 준비하던 중 돌연 소를 취하했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남산 분실로 끌려가 구금된 뒤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자필 각서 등을 쓰도록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배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령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이 남산으로 연행되기 하루 전 열린 수출진흥 확대회의에서 홀치기 수출조합 관계자는 상공부 장관에게 “민사 판결로 수출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를 알게 된 박 전 대통령은 구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고인은 2006년 11월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됐다. 이후 고인은 2015년 숨을 거뒀고, 유족은 다시 진실규명을 신청해 지난해 2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이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배 소송에 나서 고인 사후 9년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배상액은 고인이 1972년 소송에서 승소해 받기로 한 5억2000만여 원과 위자료 등을 고려해 산정됐다.
하지만 유족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할 예정이다. 유족 측 조민석 변호사는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가치 환산이 미흡한 부분이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다시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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