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똑같이 올랐는데 부산은 100% 환수, 서울은 60%...“지역·시점따라 제멋대로”

손동우 기자(aing@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8. 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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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변경 이후 사전협상 재협상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현대차가 갈등을 빚은 삼성동 GBC 공사현장 <매경DB>
지난 2022년 6월 부산 개발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부산시가 대규모 민간 개발사업 도시계획을 변경해 줄 경우 개발업체는 토지가격 상승분 전액을 공공기여금으로 내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부산시 조례는 ‘지가 상승분의 50% 이내’에서 공공기여금을 받도록 규정했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강력한 조치에 비판이 이어졌다. 당장 남구 부산외대 용지와 사하구 성창기업 용지 개발 인허가를 앞둔 시행사들이 기여 비율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부산시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시장 상황에 따라 공공기여량을 조정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사전협상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른 대형 개발사업의 공공기여 산정 기준이 도심 개발과 주택 공급을 막으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 인허가를 앞두고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기약 없이 늘어지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동 사태를 계기로 민간개발사업에 대한 공공이익 환수가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지자체 협상은 더욱 힘들어졌다.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는 2021년 1월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근거해 운영 중이다. 도심 대규모 개발사업은 용도변경 등 지구단위 계획이 바뀌기 때문에 상당한 개발차익이 발생하는 만큼, 이익 중 일부는 공공을 위해 환수해야 한다는 목적 때문이다. 여기서 공공기여금은 개발 전후 감정평가한 토지가격 차이 안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지자체 대부분 이 조항을 근거로 해당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사전협상 개발의 경우 토지가격 상승분 100%를 공공기여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른 땅값’만큼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서울시와 인천의 공공기여비율 기준은 60%까지, 광주와 대구시는 50%이다.

산정 기준과 계산식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서울시는 사업이 진행된 이후의 감정평가금액과 공공기여된 토지면적을 곱해서 계산한다. 인천시는 이와 동일한 방식을 적용한 값이나 사업후와 이전 감정평가액 차이값의 60% 중 큰 값을 적용한다. 부산은 지침상 별도 계산 기준이 없고, 관례상 개발후 평가금액과 이전 평가금액 차액을 쓴다.

이 때문에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개발 인허가를 준비·심의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간 줄다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비 폭등 탓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가운데, 인허가 과정까지 늘어지면서 도심 재개발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기준이 모두 다르다 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파악도 어렵고, 인허가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형 개발이 많아서 사전협상 체계를 그나마 갖췄다는 서울시에서도 갈등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당장 조례 해석을 두고 지자체와 사업 시행자간 입장 차이가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서울시 삼성동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둘러싼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측이 최고 105층에서 55층으로 설계를 변경하자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사전협상 심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조례 해석을 근거로 “개발이익에 큰 차이가 없다”며 반발했고, 사업이 공회전 위기에 빠졌다. 결국 현대차가 연내에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전문가들은 공공기여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대략적인 기준과 계산 방법, 공공기여 종류 정도는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협상 제도를 좀 더 법적으로 제도화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현재 공공기여 사전협상은 국토계획법상 개념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더라도 지자체에 강제할 구속력이 없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자체 조례에 100% 맡긴 것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공공기여의 큰 틀 정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협상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서울을 제외하면 지자체에서 사전협상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시계획·설계, 법률, 세무, 금융 등 전문성을 갖춘 공공 협상단을 구성해 일관성 있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반인과 개발업자에게 협상 정보를 충분히 공개해야만 사후 잡음이 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더라도 지자체의 유연성을 살릴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마다, 개발사업마다 경제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기준이 오히려 사업 진행을 더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 교수는 “큰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지자체에게 유연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도 여러 개의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제도를 계속 변경·수정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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