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벡델테스트

이원 기자 2024. 8. 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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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델테스트'(Bechdeltest)를 아시는지.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2020년부터 해마다 벡델데스트 세 가지에 감독 제작자 촬영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소수자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등 현 시대상을 반영한 네 가지를 더해 총 일곱 가지 기준으로 '벡델초이스 10'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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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델테스트’(Bechdeltest)를 아시는지. 혹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와 비슷한 새로운 테스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와는 연관이 없다. 벡델테스트는 1985년 미국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를 말한다. 1960년대 이후 여성 인권 요구가 꾸준히 있었지만 1980년대 할리우드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가 주류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벡델테스트는 성평등을 이룬 영화의 기준이다.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남성에 관한 내용 이외 다른 대화를 나눌 것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현재 시점에서 이 세 가지 기준을 보면 ‘대부분 영화가 다 그렇지 않나’라고 여길 수 있겠으나 20세기까지만 해도 이 기준에 부합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았다. 바로 20년 전 일이다.

할리우드보다 더 남성 중심적이었던 한국 영화계도 2010년대까지 벡델테스트를 통과할 영화가 흔치 않았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여배우들은 작품의 중심 캐릭터가 돼서 연기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곤 했다. 그만큼 여성 영화, 혹은 여성 주인공 영화가 드물었다.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2020년부터 해마다 벡델데스트 세 가지에 감독 제작자 촬영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소수자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등 현 시대상을 반영한 네 가지를 더해 총 일곱 가지 기준으로 ‘벡델초이스 10’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봉작을 대상으로 한 올해 ‘벡델초이스 10’에는 ‘교토에서 온 편지’ ‘너와 나’ ‘물비늘’ ‘비밀의 언덕’ ‘정순’ ‘지옥만세’ ‘밀수’ ‘소풍’ ‘시민덕희’ ‘잠’이 선정됐다. 이들 작품은 여느 해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 등장, 다채로운 여성 서사가 눈에 띈다. 이 10편의 작품들은 영화인 심사위원이 선정했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각자 본 영화 리스트를 두고 앞서 세 가지나 일곱 가지 기준에 따라 자신만의 ‘벡델초이스 영화’를 선정해 보는 건 어떨까. 양성평등주간(9월 1~7일) 의미를 더할 수 있겠다. 올해 ‘벡델데이 2024’ 행사는 오는 9월 7일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원 서울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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