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0> 고려 때 지리산에 은둔한 한유한을 읊은 조선 후기 정재규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4. 8. 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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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서도 은자로 살아갈 수 있지만(노문감소고·魯門堪笑鼓)/ 세상 길흉을 아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라네.

즉 한유한이 고려가 어지러울 것을 미리 알고 지리산 자락 삽암으로 들어온 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바랄 수 없으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셋째 구에서는 삽암에 대해 시를 짓는 시인 자신의 일 자체가 분수에 넘친 짓이라 후회한다고 했다.

넷째 구에서는 그 이유가 지리산이 방장산이라 불리는 것처럼 삽암도 신선 세계이므로, 인간인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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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길흉을 아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라네

- 고조비인간·高鳥非人間

유가에서도 은자로 살아갈 수 있지만(노문감소고·魯門堪笑鼓)/ 세상 길흉을 아는 건 인간의 일이 아니라네.(고조비인간·高鳥非人間)/ 삽암을 시로 읊은 것 또한 후회스러우니(야회삽암필·也悔鍤巖筆)/ 방장산의 방망이 같은 하나의 바위라네.(일추방장산·一椎方丈山)

위 시는 조선 후기 학자 노백헌(老栢軒) 정재규(鄭載圭·1843~1911)의 ‘삽압을 지나며 대비원녹사를 지낸 한유한에 대한 감회가 있어 지은 시’(과삽암감한록사제시·過鍤巖感韓錄事題詩)’로, 그의 문집 ‘노백헌집(老栢軒集)’ 권 1에 있다. 경남 합천군에 살았던 정재규는 지리산을 유람하며 많은 한시를 남겼다. 위 시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입구 섬진강 변 바위인 삽암에서 한유한(韓惟漢)을 생각하며 읊었다. 한유한은 고려 시대 대비원녹사(大悲院錄事)에 임명되자 정치가 어지러울 것을 예감하고 지리산에 은거했다.

첫 구의 ‘노문(魯門)’은 유가(儒家)를 말한다. ‘감소고(堪笑鼓)’는 굴원이 지었다는 ‘어부사’에서 굴원이 ‘자신은 더러운 세상과 화합하여 살 수 없음’을 말하자, 어부가 빙그레 웃으며 노를 두드려 가며(漁父莞爾而笑鼓枻而去) 이른바 ‘창랑가(滄浪歌)’를 불렀다는 데에서 나왔다. 즉 어부가 한 것과 같은 은자의 생활을 말하는데, 한유한이 지리산에 은둔한 것을 뜻한다. 둘째 구의 ‘고조(高鳥)’는 주나라 무왕이 주왕을 치려 할 때, 나무꾼과 목동이 고조의 둥지를 더듬어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흥하리라는 글이 새겨진 붉은 옥을 얻었다는 기록에서 왔다.

즉 한유한이 고려가 어지러울 것을 미리 알고 지리산 자락 삽암으로 들어온 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바랄 수 없으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셋째 구에서는 삽암에 대해 시를 짓는 시인 자신의 일 자체가 분수에 넘친 짓이라 후회한다고 했다. 넷째 구에서는 그 이유가 지리산이 방장산이라 불리는 것처럼 삽암도 신선 세계이므로, 인간인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말했다. 고려 은자(隱者) 한유한처럼 지리산에는 뜻 있는 사람이 다수 들어와 산다. 그리하여 지리산에는 고수(高手)가 많다고들 한다. 특히 화개골은 곳곳에 골짜기가 많아 숨어 살기에 적당한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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