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정부도 한은도 은행도… 서로 다른 곳만 보나
한은 금통위는 지난 22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 수준(3.5%)으로 동결시켰다. 과거 금리인상 시기에도 선제적 결정보다는 늘 미국 금리 눈치만 보던 한은이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는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한은은 역시 한은이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즉각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례적이었다. 한은의 독립성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이의를 제기한 것은 그만큼 내수회복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군불을 지폈었다. 그럼에도 한은이 아랑곳하지 않은 것은 굳이 미국에 앞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4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무려 2.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4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또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7.7%나 늘었다.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직장을 잃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내수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19개월째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단순할 수 있나. 한은을 보는 시각이다. 한은은 금리동결 이유로 집값불안을 들었다. 이창용 총재는 경기둔화와 물가상승률 하락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지만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췄다. 경기회복을 희생해서라도 집값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리인하가 집값을 자극한다면 지준율 인상이나 총액한도대출 도입 등 쓸 수 있는 맞춤형 카드가 많다. 총액한도대출은 금통위가 월별로 금융기관별 대출한도를 배정하는 것으로, 2006년 부동산시장 급등기에도 시행됐다.
더구나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력하고 정교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단순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7월 연준에서 9월 금리인하를 공식화한 상태이고, 심지어 '빅컷(0.5%p 인하)'까지 언급되고 있다. 앞서 캐나다는 6월부터 금리를 두 번이나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에 이어 9월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파렴치할 수 있나. 금융권 얘기다. 정부와 한은이 금리인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은행들은 그 틈을 타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은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에 호응한다며 7월부터 한달 새 가산금리를 무려 22차례나 올렸다. 그 덕분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6%대까지 치솟았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코픽스(COFIX)에 은행이 자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그러나 코픽스 금리는 최근 두 달 넘게 내렸고, 추세적으로는 올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 상반기 이자수익으로만 29조8000억원을 거뒀다. 하반기 이자수익은 가산금리 차익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클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2년 금리인상기에도 이자수익으로만 50조원을 올린 후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실적파티와 명퇴금 잔치를 벌여 큰 논란을 자초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흔히 경제를 굴리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비유된다. 그러나 한쪽은 나아가려 하고 한쪽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그 수레는 제자리만 돌고 있다. 그사이 은행권은 이자장사에 치중하면서 서민경제가 멍들고 있다. 금융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원론부터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즘 현실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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