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훈의 위험한 생각] 대학과 시대정신
새 시대정신 선도를 위해
대학 재정문제 해결해야
우리 사회에서 연희전문과 보성전문 등 근대 대학의 출현도 이 시기의 일이었다. 대학의 지성이 암울했던 시절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고, 각 분야의 인재를 양성했다. 1953년 일인당 국민소득 67달러였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지난 70년 동안 500배 성장을 일궈내 3만5000달러 시대를 열게 된 원동력이 바로 인재였고, 이들을 키워낸 곳이 대학이었다. 자유와 평등 정신의 산실이 되어 민주적 헌정질서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도 대학이었다. 이렇듯 대학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어느 한 시대도 설명하기 힘들다. 바로 그런 대학이 이 사회의 시대정신을 이끌어 갈 힘을 잃고, 또한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시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학이 졸업 후 취업과 연봉협상 조건인 졸업장과 성적표의 공급자 정도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면 문제다. 대학이 개인 학생의 '성공'을 위한 도약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대학의 궁극적 존립 목적은 아니다. 학생 성공의 열쇠를 시장에 맡기는 굴욕적 협상을 하는 것은 문제다. 대학의 역할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이 졸업 후 현업 각 영역에서 성공함과 아울러 인생을 통한 개인적·사회적 '성취'를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시대 대학이 제시해야 하는 시대정신은 '미래를 향한 상상력'이다. 교과서와 백과사전 지식을 주입하는 대학 교육은 이제 효용을 다 했다. 우리가 지금 겪는 팬데믹, 기후위기, 에너지위기, 이념과 경제 양극화,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국제분쟁 등은 모두 인류 역사상 초유의 경험들이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실제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어느 하나의 대학 학제가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대학의 학제·전공 사이의 칸막이를 거두어야 하고, 나아가 분야 간 급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을 넘어서 탈학제적(anti-disciplinary) 접근이 강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학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기 위한 선결요건은 자유와 자율의 정신이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것이 재정 문제다. 궁핍한 대학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우리 정부의 교육예산은 약 95조8000억원인데, 이 중 대학에 투입되는 고등교육 예산은 약 15%인 14조5000억원 정도다. 이 중 전체 대학의 4분의 3인 사립대학에 대한 경상예산 지원은 제로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기준 우리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 1만1287달러는 OECD 평균의 64%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 중 최하위다. 16년째 동결된 등록금은 대학이 앞길을 막는 또 하나의 높은 장벽이다. 대학 등록금이 영어유치원 교육비 월 200만원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일률 규제되는 국가에서 우리가 대학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재정구조를 갖추기 위한 대학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다. 인류가 처음 겪는 복잡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열린 상상력의 실험장을 구축하고, 그 성과로 인류 미래에 기여하고 나아가 이를 산학협력, 기부문화로 연계해야 한다. 대학이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국가와 사회, 나아가 인류 미래의 시대정신 선도의 담대한 소명을 다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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