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탄광마을 '숲속 서점'에 청년 밀려든 까닭 [컬처노믹스: 인디문학]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7편
현장 탐방 2편 인디문학 한달살기
탄광 문 닫은 강원도 영월군
서울서 고향으로 온 서점지기
영월군 사계절 담은 책자 제작
숲속 독립서점 찾아오는 사람들
강원도 영월의 무릉도원면 산 중턱에는 서점이 하나 있다. 아무도 없던 숲속에 서점이 생기자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서점을 통해 영월에서의 삶을 꿈꾸고, 이들을 찾는 어떤 이들은 잊었던 꿈을 떠올린다. 모두 컬처노믹스의 한 단면이다.
강원도 영월군은 한때 대형 시멘트 공장과 곳곳에 들어선 탄광으로 북적이던 공업도시였다. 1970년대엔 1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옛이야기다. 산업 쇠퇴로 인구가 줄었다.
올 6월 기준 영월군의 인구수는 3만7134명.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4만명 아래로 떨어진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영월군 상동읍의 인구수는 1018명으로 인구 1000명을 유지하는 게 위태로운 수준이다. 읍 기준으로 가장 사람이 적은 동네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영월군은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영월군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0.176으로 나타났다. 0.2 미만이면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는데, 영월군이 딱 그렇다.
지역 내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임 여성 수보다 5배가량 많다는 얘기다. 지역경제 순환구조를 분석한 K-지방소멸지수로 따져 봐도 영월군은 위기다. 0.716으로 '소멸우려지역(0.75 미만)'으로 분류된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 판정을 받고 행정과 재정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소멸 위기'의 복판에 놓여 있는 영월군엔 흥미로운 독립서점 하나가 있다. 영월의 무릉도원로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면 나타나는 '인디문학 1호점'이다. 숲속에 떨어져 있는 이곳은 윤태원 서점지기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다. 2019년에 영월 읍내에서 처음 열었던 '인디문학'은 2023년 이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윤태원 서점지기는 서울의 기억을 냄새와 소음으로 기억한다. 서울에서 기획자로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지 고민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처음엔 독립문학 출판사를 세웠고, 그다음 서점을 차렸다.
처음 읍내에 서점을 냈을 때 지역민들은 돈 많은 젊은이의 취미생활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윤태원 서점지기는 서점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번다. 공장 아르바이트, 원고 작성 등 할 수 있는 방식의 겸업을 통해 서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가 시도한 눈에 띄는 '서점 지키기'는 영월군과 함께한 프로젝트다.
'영월에서 한달 살기'란 콘셉트로 영월의 4계절에 맞춰 4개팀을 영월로 초대한다. 청춘유리 작가의 「그 여름, 젊은 달」, 이슬아 작가의 「이슬아 생활집 영월편」, 이정화ㆍ신유진의 「월하휴이-달빛아래 쉼표 둘」, 요조 작가의 「가끔은 영원을 묻고」, 양다솔 작가의 「영월, 산과 별을 넘으며」 등 널리 알려진 작가의 글과 함께 화보집처럼 영월의 이곳 저곳을 담아낸다.
영월군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진 이 책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이후 영월에 관광은 물론 제주도에서 그러하듯 영월에 가서 잠시 머물다 돌아오고자 하는 이들이 생겼다.
최근에는 작가 겸 가수로 널리 알려진 요조 작가와 1박2일 독서캠프를 열었다. 10명을 뽑는 행사 104명의 신청자들이 몰렸다. 조용한 숲속 서점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거다. 어쩌면 인디문학 1호점은 서점이 아니라 일종의 플랫폼이다. 서점을 만든 윤태원 서점지기는 자신이 꿈꾸는 삶을 되찾았다.
영월을 모르던 이들은 그가 만든 '인디문학 1호점'을 통해 영월을 만난다. 잊어버렸던 삶을 상상해보는 기회를 잠시 얻는 것이야말로 지친 청년들에게 필요한 가치다. 청년을 한곳에 모으는 이 작은 서점의 힘이 어쩌면 지역소멸의 해답일지도 모른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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