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짜리 공연을 8만달러로 착각?"... 카녜이 웨스트, 내한공연서 50곡 쏟아냈다
청음회 형식 공연서 예상 깨고 라이브 공연까지
1시간 동안 20년 음악인생 압축한 50여곡 메들리 선보여
뉴진스, 에스파, 투애니원 등 K팝 스타들도 관람
23일 밤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 복면을 벗은 카녜이 웨스트(3년 전 ‘예∙Ye’로 개명)가 마이크를 들고 등장하자 전 세계 팬들이 깜짝 놀랐다. 이날 공연은 웨스트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그가 공연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직접 랩을 한 건 새 앨범 관련 투어 중 처음이었다. 당초 라이브 콘서트가 아니라 ‘청음회’라 이름 붙은 행사여서 놀라움은 더했다.
마이크 잡지 않던 해외 공연과 달리 1시간여 직접 라이브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예 x 타이 달러 사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Ye x Ty Dolla S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다. 그가 래퍼 타이 달러 사인과 듀오 형식으로 올 초 발매한 앨범 ‘벌처스 1’과 이달 초 공개한 ‘벌처스 2’를 함께 듣는 청음회로 해외에선 주로 ‘리스닝 파티(Listening Party)’라는 이름으로 열렸는데, 웨스트는 단 한 번도 라이브를 한 적이 없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공연에선 웨스트가 잠깐 얼굴을 보여준 것 외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퇴장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게서 ‘사기(Ripoff)’라는 비판을 들었다.
공연은 예정 시각보다 1시간가량 지연된 뒤 말을 탄 기수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렸던 리스닝 파티처럼 복면을 쓴 카녜이 웨스트와 타이 달러 사인은 ‘벌처스 1’ ‘벌처스 2’ 음원이 재생되는 동안 운동장 위에 설치된 거대한 언덕 위를 오가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교주와 추종자의 관계를 묘사하듯 흰색 상하의를 입은 50여 명의 군중이 웨스트를 따라 운동장을 뛰는 등 독특한 퍼포먼스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팬들은 라이브 콘서트이든 청음회든, 복면을 쓴 인물이 웨스트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듯 새 앨범에 담긴 곡들을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데뷔 앨범부터 최근작까지 54곡 메들리
메인 이벤트는 청음회가 끝나고 밤 10시가 지난 뒤에야 시작했다. 흰색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웨스트가 맨 얼굴을 드러낸 채 등장해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 수록곡 ‘All Falls Down’부터 2021년작 ‘Donda’의 ‘24’까지 1시간여 동안 20년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히트곡 54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펼쳐 보였다. 음원을 재생한 상태에서 직접 마이크에 대고 랩을 하기도 하고 때론 립싱크를 하거나 마이크를 뗀 채 몸동작만 했고 마음에 들지 않은 곡이 나오면 '다음(Next)'을 외치는 등 일반적인 공연과는 다른 자유로운 방식의 라이브였다. “한국, 나 이지(Yeezy∙카녜이 웨스트의 애칭)야, 사랑해”라고 외치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웨스트는 ‘24’의 가사인 ‘We gonna be okay’를 반복하며 무대를 내려갔다.
뜻밖의 공연이 1시간여 이어지자 웨스트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보던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티켓 가격을 8만 원(A석 기준)이 아니라 8만 달러(약 1억 원)로 잘 못 안 거 아니냐” “아이돌 그룹 5곡 부르는 팬미팅이 13만 원인데 가성비 최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공연을 주최한 기획사 넥스티스 관계자도 “청음회 후 마스크를 벗고 등장해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는 정도까진 예정돼 있었지만 이처럼 오래 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진스, 에스파, 투애니원 등 K팝 스타들도 공연 관람
21세기 힙합 장르를 대표하는 래퍼인 웨스트를 보기 위해 K팝 스타들도 대거 공연장을 찾았다. 에스파의 지젤과 윈터, 뉴진스의 민지, 다니엘, 하니, 투애니원의 씨엘 등이 VIP석에서 웨스트의 공연을 관람했다.
웨스트는 2004년 데뷔작 ‘The College Dropout’으로 그래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힙합 스타로 떠올랐고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21세기 힙합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그래미상을 21회 받았고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르기도 했다.
2014년 모델 킴 카다시안과 결혼해 2021년 이혼할 때까지 수많은 가십을 낳았고, 이혼 직후 18세 연하인 호주 출신 건축가 겸 모델 비앙카 센소리와 재혼한 이후로도 끊임없이 연예 매체의 헤드라인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대인 혐오 발언과 히틀러 지지 발언을 하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성희롱하는 곡을 발표하는 등 각종 기행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카녜이 웨스트가 한국에서 공연한 것은 2010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써머위크앤티 2010’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공연을 마친 뒤 24일 딸 노스 웨스트와 함께 서울 용산의 한 쇼핑몰에 나타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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