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막게 은행심사 유도...DSR 비율 축소 ‘만지작’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들먹이며 추가 대출 규제 검토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자 등 시장의 관심은 당국이 만지작거리는 추가 규제의 강도와 내용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8월 한달 동안 전 금융권에서 불어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8조원을 웃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늘어난 주담대 규모가 5조원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가계빚 불길이 좀 더 세질 것으로 파악했다는 뜻이다.
5대 은행으로 좁혀보면 주담대 증가폭은 좀 더 크다. 22일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한달 전보다 6조1456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7월 증가폭(7조5975억원)을 크게 웃돌 게 확실시된다. 통상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타는 수요를 염두에 두면 5대 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전 금융권 주담대 증가폭보다 더 크다.
이달 들어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렸음에도 주담대 폭증세가 외려 더 강해지는 흐름이다. 앞으로 주담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1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304건으로 6월 거래량(7482건)을 넘어섰다. 부동산 거래는 두세달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미친다.
당국은 일단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심사 등을 강화해 투기 목적 부동산 거래에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은행권 관리를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손쉬운 대응에 그쳤는데,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산금리 인상은 은행 입장에서는 손쉬운 방식”이라며 “다주택자 대출을 늘리지 않는 등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일부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당국 요청에 응답하고 있다. 한 예로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주담대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을 취급하지 않는다.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이 차주의 대출 한도 산정 시 공제되는 소액임차보증금을 담보해 그만큼 대출 한도를 확대해주는 상품인데, 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대차보호법의 소액보증금 보장 한도만큼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전세자금대출도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을 조건으로 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는 시점의 소유주와 전세계약서상 임대인이 같은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주택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전세를 내주는 것을 막아 갭투자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케이비(KB)·하나·우리은행도 신한은행의 조처를 뒤따를 공산이 높다.
당국은 가계빚 불안이 더 커지면 내놓을 추가 규제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우선, 디에스알(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이 높다. 정책모기지 대출(보금자리론·디딤돌 등)과 전세자금대출 등도 디에스알 산출 때 포함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도입되면 정책금융을 이용한 차주가 신규 대출을 받을 때 그 한도는 크게 줄게 된다.
현재 40%인 디에스알 비율을 5%포인트 정도 내려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디에스알 40%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가 넘지 않도록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뜻인데, 이 비율을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소득이 적은 차주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엘티브이(LTV·담보인정비율) 강화도 나올 수 있다. 이 규제는 담보 가치의 일정 비율까지만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인 터라 소득 수준이 높은 차주들도 영향을 받는다. 현재 엘티브이는 무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 등)에서 50%, 비규제지역은 70%가 적용된다. 엘티브이가 50%에서 30%로 낮아질 경우,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빌릴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든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디에스알, 엘티브이 정책 변화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만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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