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발전국가서 공진국가로 개조” 吳 “4개 초광역권 재편을”(종합)
공진국가-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간다
- 수도권 일극체제 따른 위기 봉착 공감대
- 패러다임 전환 지방분권 실현 한 목소리
- 박 “혁신과 공감의 리더십 절실히 필요”
- 오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권한 이양을”
- 부산-서울 상생협약…도시디자인 교류
대한민국 제1, 2도시의 단체장이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각자 제시한 해법은 달랐으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방 분권을 실현해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열었다. 이날 특별대담은 ▷지자체 정치·경제 ▷국가정치체제 개혁 이슈 ▷국제정치 핵무장 이슈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두 시장이 내놓은 국가균형발전 방안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박 시장은 강한 어조로 수도권에 쏠린 사회 구조를 비판했다. 박 시장은 “서구가 200~300년간 이룬 성취를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50년 만에 압축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놀라운 성취이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국가 발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 서울’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용어로 자리 잡는 동안 기업과 자본, 인재는 서울로 몰리고 지역은 상대적으로 퇴락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다”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누구나 강남권에서 살고 교육시키려 하는 ‘강남감각’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수직적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수도권 일극주의와 강남감각의 부작용이 낳은 문제들로 국가경영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지적하면서 수명이 다한 ‘발전국가론’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공진국가론’을 제시했다. 그는 “공진국가는 말 그대로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제는 수직적 통합에서 수평적 분업의 질서로 전환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경제 발전보다 인간의 행복을 우위에 두고 지원하는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공진국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공감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오 시장은 박 시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예산을 지방 정부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균형발전을 위해 이른바 ‘4개 강소국론’을 제시했다. 그는 “상가포르 아일랜드 두바이 등은 모두 인구가 500만~600만 명인데 1인당 국민소득이 높다.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빅테크 기업을 유치하는 등 전략적 접근을 통해 강소국으로 발전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GDP는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높다. 각 주가 발전 전략을 재량껏 펼칠 때 이런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 등 4개 초광역 지방자치단체로 재편하고 중앙정부는 외교와 안보만 맡고 나머지 권한은 지자체에 이양하는 식으로 행정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또 “지방이 특화된 경제 발전 전략을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만 구축해 놓으면 중앙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두 시장은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박 시장은 맹자의 사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언급하며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정치 9단’이 아니라 사단을 실천하는 ‘정치 4단’이다”며 “상대를 경멸하고 잘못에 부끄러움을 갖기는커녕 잘못을 전가하고 편 가르기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공감과 혁신의 리더십의 정치를 국민이 원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과거 지구당 폐지 등 정치개혁 법안을 주도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사유화된 정당이 과연 민주정당으로 역할할지 깊은 회의가 있었다. 원외 대표가 당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체제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졌다”며 “지구당 부활에 양당이 ‘짝짜꿍’이 맞는 것 같은데, 합의되면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이 될 것이다. 정치개혁은 정당의 ‘원내정당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시장은 대담 이후 부산시청으로 자리를 옮겨 부산-서울 간 상생협력 업무협약서에서 서명했다. 협약서는 두 도시 간 ▷도시디자인 정책 교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활성화와 관광 교류 확대 ▷스타트업 육성 협력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정원문화 활성화 공동 협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오 시장은 협약 체결에 이어 부산시 직원을 대상으로 서울시의 우수 정책을 설명하는 특강을 펼쳤다. 박 시장은 다음 달 30일 서울시 직원을 상대로 특강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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