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투기 100대 동원 선제타격…헤즈볼라, 로켓 320발 반격
이번 충돌이 24일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조성되자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숀 사벳 대변인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투기 100대 동원, 헤즈볼라는 로켓 320발 발사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방어 행위로 레바논의 테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사령부가 있는 중부 헤르즐리야를 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선제 타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 지역 40곳 이상을 100여 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이 헤즈볼라의 공격이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빨리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또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오전 5시 텔아비브 방향으로 발사되도록 프로그래밍됐던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뒤 헤즈볼라는 슈크르 암살을 명분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320발 이상의 카튜샤 로켓(러시아제)을 발사하고 드론을 보내 골란고원과 메론 군사기지 등 11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로부터 로켓 210발, 드론 20기가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1단계가 완료됐다”며 “이스라엘이 선제 타격에 성공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을 소집했고, 48시간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레바논 국영 NNA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2006년 발생했던 '34일 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분석했다.
● 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공언, 美는 이스라엘에 휴전협상 압박
헤즈볼라의 후원자이며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이 다시금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신임 압바스 아락치 외교장관은 최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등과 통화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테러 행위에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1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을 다시 언급한 것. 일각에선, 이란이 전면전은 피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 헤즈볼라를 통해 계속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24일부터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에 당초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하마스도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하마스 대표단이 중재국 브리핑을 듣고 카타르 도하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25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더 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협상을 타결하도록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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