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답변 태도에 충격…‘방송 장악 국정조사’ 절실”
“과방위(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석 달을 거치며 제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이진숙’이라는 인물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결국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런 분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공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인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지난 23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이 의원은 22대 국회의 18개 상임위원회 중 가장 바쁜 상임위 중 한 곳인 과방위 소속 야당 초선의원이다. 1991년 인천일보 기자로 입사한 뒤 ‘아이티브이(iTV)인천방송’과 ‘오비에스(OBS)경인티브이’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다. 아이티브이와 오비에스 시절 여러 차례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5월30일 22대 국회 입성 전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외협력담당관으로 일했다.
인천일보·iTV·OBS 등 언론인 시절
이진숙 기자가 낸 책 읽은 적 있어
“청문회서 만난 그는 전혀 다른 사람”
이 의원은 지난 2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치러진 방송장악 청문회에 대한 평가 중에서도 이 위원장의 대응 태도에 대한 비판에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저도 언론 현장에서 일할 때 이 위원장이 기자 시절에 낸 책 ‘오늘밤 마이크가 그립다’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이진숙과 청문회에서 만난 이진숙은 전혀 다른 사람인 거예요. 무엇이 이진숙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 위원장은 지난달 말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최근 끝난 방송장악 청문회 등에서 과거 문화방송(MBC) 재직 시기 민영화 추진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노조 탄압과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졸속 선임 논란 등과 관련해 야당의 숱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소야대’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야당 과방위원의 공세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에 대해서는 “업무용으로 썼다”는 답변 하나로,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선 “탄핵심판 중이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이 의원은 “문화방송 파업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공정방송도 근로조건이라고 해서 합법 파업으로 인정이 됐는데, 그것조차 (청문회에서) 부정을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월간조선(9월호) 인터뷰에서는 아예 불법 파업이라고 했어요. 그건 명백한 거짓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2012년 MBC 민노총 언론노조의 불법적 파업에 맞서서 이겼고, 아직도 종군기자를 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와 달리 2022년 대법원은 당시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간부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과 관련해 공정방송을 위한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증인 출석·자료 제출 강제성 없어
‘방송 장악’ 진상 규명에 한계
국정조사 필요성 더 분명해져
“거부권에 막힌 방송4법 재추진”
이 의원은 이 위원장의 태도 등에 비춰볼 때 국회 청문회나 현안질의만으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방송장악 행태에 대한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방송장악 청문회를 3일이나 했는데 문제는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의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애초에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요청했을 때 국회의장은 개원 초반인 만큼 여야가 합의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왜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해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또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힌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입법 재추진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여러 방송3법이 나왔는데, 이 의원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방송3법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정권이 공영방송을 권력을 위한 도구로 사유화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 방송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인데,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에선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무턱대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만약 재의결을 거쳐 끝내 폐기가 된다면, 민주당은 즉시 방송4법 재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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