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투기 100대'로 선제 타격, 헤즈볼라도 로켓 320발... 결국 전면전 치닫나
"국가 비상사태"에 공항 폐쇄도
헤즈볼라, 즉각 대규모 드론 공격
"보복" 이란 확전 방아쇠 당기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25일(현지시간)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무력 충돌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100대를 동원했고, 지난달 레바논에서 고위 지휘관이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하자 보복을 예고했던 헤즈볼라도 로켓 300발 이상을 쏘며 응수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가뜩이나 난항을 겪는 가운데, 양측이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교전을 벌이면서 중동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가자 전쟁 이후 가장 폭력적인 공습"
선제 공격에 나선 건 이스라엘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새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로켓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전투기 100여 기를 동원해 레바논 내 로켓 발사대 수천 기를 동시에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48시간 비상 상황'을 선포했고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의 운영도 한때 중단됐다. NYT는 "헤즈볼라의 공격 예상 시간(오전 5시)보다 15분 일찍 IDF가 선제 공습을 가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IDF의 공습 한 시간 후쯤, 로켓 320여 발과 다수의 무인기(드론)을 날려 보내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11곳을 타격했다"며 "(보복) 1단계가 완벽한 성공으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레바논 당국은 IDF의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가자 전쟁 시작 이래 "가장 폭력적인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이날 이스라엘 공격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로 불린 고위급 군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암살당한 데 대한 보복이기도 하다. 헤즈볼라는 실제 성명에서도 '고위 사령관 사망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연설을 통해 "슈크르 암살과 관련해서 민간인 지역을 겨냥해서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가까운 미래에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전면전 치달을라... 미 "이 방어권 지지"
양측이 최근 몇 달 새 최대 규모의 교전을 치른 만큼,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을 계기로 대(對)이스라엘 보복을 공언했던 이란이 확전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전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하니예 공격 주체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한 지 3주가 넘도록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도 이번 교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란과 이란의 역내 파트너 및 대리세력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하겠다면서도 "전면전을 추구하진 않을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며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휴전 협상 공회전... "가자 71명 사망"
이번 충돌은 난항을 거듭하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4일 중재국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된 가자 휴전 협상은 이렇다 할 합의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15,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아예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하마스는 이번에는 협상장 인근에 머물며 휴전 제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도 이집트와 가자지구 경계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타협안이 중점 논의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지난 5월 약 14㎞ 길이의 필라델피 회랑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무기 반입을 막기 위해 이곳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탓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구간 철군을 요청한 데다, 이스라엘 협상단마저 '강경 자세'를 완화해 달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가자지구 인명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카이로에서 협상이 열리기 전날에도 IDF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7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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