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해리스의 경제공약 `기회의 경제`
美대선 승리시 재무장관에 지나 러몬도 현 상무부 장관 하마평
국가안보보좌관에 고든 부통령 안보보좌관·도닐런 전 안보보좌관 등 거론
국무부 장관에는 쿤스 및 머피 상원의원, 번스 CIA 국장 등 물망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3~6%포인트의 박빙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조금씩 넓혀가는 모습이다.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어디에 방점이 찍혀있을까?
해리스는 지난 16일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내세우며, 기회균등의 원칙을 강조한 구체적인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물가안정'과 '중산층 지원'을 꼽았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상승의 책임이 크고, 이번 대선에서 인플레이션이 민주당의 역풍이 되고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오대호 주변 쇠락한 공업지대) 를 포함한 격전 주에서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해리스는 물가안정, 주택촉진, 아동 및 저소득층 세제 공제, 의료비 지원 등 4가지 구체적인 정책 기조를 내놨다. 반면 트럼프처럼 무역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먼저 물가안정을 위해 취임 후 100일 내 물가를 낮출 것이라며, 식료품 기업들의 부당한 가격인상을 금지하는 입법을 지지하고 임대료의 부당한 인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촉구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의 수익성 추구가 물가상승의 원인이라면서, 특히 대기업 식료품 체인점이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기업에 벌칙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임기 4년 간 300만채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는 바이든 현 대통령의 200만채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청년 가구가 처음 주택을 구입할 경우 해당 건설회사에 세금 우대 혜택을 주는 한편 주택개발지원 기금 400억달러를 조성하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2만5000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주택을 대규모 구입하는 투자자에 대한 세제우대는 아메리칸 드림을 저해한다며 철폐키로 했다. 최대 3600달러의 아동세액공제를 다시 시행하고 신생아 가정에 1년 간 최대 6000달러의 세금공제를 실시하며, 저소득층에 대해선 최대 1500달러의 소득세 공제를 추진키로 했다. 해리스는 이 정책으로 1억명 이상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비 지원의 경우 당뇨병 치료약인 인슐린의 월간 약가를 상한 35달러로 정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약가인하도 지속키로 약속했다.
무역, 환경, 이민 등에선 현재까지 해리스의 정책기조는 불투명하지만,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표방한 정책은 법인세 35% 인상, 상속세 증세, 과감한 기후변화 대책 등 바이든 현 정부보다 진보적인 내용이 뚜렷하다.
무역정책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관세 일괄 10% 부과 정책이 물가만 올릴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자본이득의 개인소득세율 적용, 공공의료보험 확대 재원으로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장했다. 환경 분야에선 지난 2019년 향후 10년간 민관 총액 10조달러 규모의 환경투자를 제안했으며, 2035년까지 모든 신차판매의 오염물질 배출을 금지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탄소세 도입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표명하고, 셰일 오일의 채굴방식 폐지 등을 강조했다. 또 이민 정책은 장기간 불법 체류하는 이민자의 합법적인 체류허가를 유도하는 한편 불법이민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이민 유입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등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바이든보다 강력한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시장가격 통제의 색채를 띠고 있어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시키고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며, 다만 남은 대선 일정에서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한편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이 연임되지 않을 것으로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외교 안보 라인 중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필 고든 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유럽·중동 전문가인 그는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등에 대한 회의에 참여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팀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톰 도닐런 전 보좌관, 오바마 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의 람 이매뉴얼 주일 대사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국무부 장관 후보로는 상원 외교위 소속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 및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 외교관 출신의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설리번 안보보좌관, 톰 나이즈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 크리스틴 워머스 현 육군장관 등이 후보로 거명되는 국방부 장관의 경우에도 처음으로 여성 장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보군에는 잭 리드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도 포함돼 있다. 주유엔 대사로는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들어갔던 피트 부티지지 현 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들린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를 검증했던 에릭 홀더 전 법무부 장관, 로레인 볼스 현 부통령 비서실장, 젠 오말리 딜런 현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이름이 들린다. 이들이 임명될 경우 첫 여성 내지 첫 흑인 비서실장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또 정무 담당 참모인 민연 무어, 마티 월시 전 노동부 장관 등도 비서실장으로 발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재무부 장관으로는 지나 러몬도 현 상무부 장관,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투자은행 파트너로 활동하는 블레어 에프론, 브라이언 넬슨 전 재무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무부 장관으로는 투자회사인 라자드의 레이 맥과이어 사장 등 흑인 비즈니스 리더들이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는 나이즈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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