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시대’ 한-호주 협력의 갈림길 [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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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든 국가가 긴밀히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다.
좀 더 넓히면 한국보다 큰 내수 시장을 가진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호주의 핵심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호주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수출입은행 같은 한국의 공적 금융이 호주의 석탄 광산, 유전·가스전 확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한국 기업이 생산량의 일부를 국내에 들여오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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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우린 모든 국가가 긴밀히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다. 특히 통상 정책에서 한국이 그렇다. 한국 경제는 수출입과 무역수지를 빼곤 얘기하기 어렵다. 내수보다 큰 외국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을 성장시켜왔던 역사적인 맥락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 통상국의 미래 비전과 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혹은 우리가 주요 통상국들에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나갈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호주는 우리의 주요 에너지 통상 파트너다. 좀 더 넓히면 한국보다 큰 내수 시장을 가진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호주의 핵심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 3개국은 호주의 핵심 수출 품목인 철광석,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호주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철광석의 절반 이상이 호주에서 수입되며, 석탄도 가장 많이 수입된다. 엘엔지 수입은 카타르와 더불어 가장 많다.
그간 한·일은 호주와 화석연료로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체제를 구축해 왔다. 수출입은행 같은 한국의 공적 금융이 호주의 석탄 광산, 유전·가스전 확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한국 기업이 생산량의 일부를 국내에 들여오는 식으로 말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과거를 두고, 이제 양국은 새로운 경제 체제 구축이 필요해졌다. 한국과 일본의 석탄, 엘엔지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석탄·엘엔지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일의 석탄 수요가 현 정책대로만 가도 2050년까지 3분의 1 미만, 엘엔지는 절반 아래로 줄어든다고 전망한다. 각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정책이 강화될 시, 수요 감소는 더욱 빨라진다.
한·일의 가스업계가 수요를 견인 중인 동남아시아 신흥국의 엘엔지 성장세도 요원하다. 주요 사업들이 이미 수년째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 가격 급등으로 해당국들이 화석연료의 가격 리스크를 실감해서다. 그 사이 중국은 신흥 시장에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수출 물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달라진 상황에 호주 정부의 대처는 발 빠르다. 호주 정부는 현재 32%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82%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먼저 내수 시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호주판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인 제조업·청정에너지 육성법안(Future made in Australia)도 내년 초 호주 총선거 이전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법 통과 시 호주는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산업 정책에 2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둘러싼 어려움도 위에서 설명한 거시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사업에 8천억원가량의 지원을 약속한 공적 금융은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 엘엔지 대신 블루수소 수요처 육성을 공약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혼소 발전’으로 노후 가스화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계획과 맞닿아 있어 논란이 됐다. 국내 엘엔지 수요 감소와 호주의 정책 기조 선회는 결국 막기 어려운 역사적 흐름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통상 체제를 계속 확장할지,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체제 구축을 이끌어 나갈지, 정부는 예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미 호주의 탈탄소 전환에 뛰어드는 기업이 없지 않다. 더 많은 기업의 진출 지원과, 양국의 에너지 전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한-호주의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신흥국 시장의 전환으로도 이어져 아시아 전반의 탈탄소 전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머뭇거리는 새 경쟁국에 기후 대응도, 산업의 미래도 빼앗기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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