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내가 아닌 나’가 영상 속에… 딥페이크 성범죄 급증
10·20대 사이에서 불법행위 주로 발생해
딥페이크 영상 올해도 높은 확산세 보여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과학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쓰여 누군가의 삶이 망가지는 모습을 숱하게 봤습니다. 고군분투하는 영화 속 인물을 보며 ‘왜 과학 기술을 저런 식으로 밖에 쓰지 못하지?’라는 의문을 품을 때도 많았죠. 과거의 사람들이 현재 우리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과학 기술을 악용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느끼지는 않을까요?
지난 19일 대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들의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합성 사진 외에 피해자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도 함께 공유됐죠. 2020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채팅방의 참여자는 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 5월에도 있었는데요.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으로, 서울대 졸업생이 동문인 여학생을 포함해 수십 명의 사진으로 딥페이크물을 제작해 유포한 사건이 알려져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가짜로 조작한 이미지나 음성, 영상 등을 말합니다. 특정 인물의 신체를 다른 사람의 신체와 합성해 그 사람이 실제로 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한 것처럼 속이는 기술이죠. 이를 악용해 성적인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딥페이크 등 성적 허위 영상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사례는 2020년 473건에서 지난해 7187건으로 15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범죄 건수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1년에는 156건이었지만, 2022년 170건, 2023년 180건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연령은 어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AI 기술의 보급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앱이나 프로그램을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허위 영상물 제작·유포 등 불법행위가 주로 발생하고 있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의 ‘2023 사이버범죄 트렌드’ 보고서에는 “사이버성폭력(불법촬영물, 허위영상물, 아동성착취물 범죄 등) 가해자 또한 1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관련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부산지역에서 중·고등학생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르다 덜미가 잡힌 사건이 속출했습니다. 지난 21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같은 학교 학생 18명과 교사 2명의 얼굴에 신체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한 남학생 4명이 붙잡혔습니다. 지난 6월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해 판매한 학생이 적발됐고, 지난 4월에는 중학교 교사의 얼굴을 신체 사진과 합성한 사진이 텔레그램 상에 유포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가해자를 특정하진 못했습니다.
이젠센터(부산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신고가 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대는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6월부터 시행된 ‘딥페이크 처벌법’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딥페이크 성범죄는 증가 하고 있습입니다. 방심위는 지난해 성적 허위 영상물 7187건에 대해 시정 요구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전년 대비 약 90%에 달하는 6434건을 시정 요구를 결정할 정도로 성적 허위 영상물이 높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죠.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우고, 규제를 강화해야할 시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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