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너마저… 장바구니·외식물가 다 올라 한숨만 푹푹
이상기후에 야채·과일값 치솟아
식품업계 원재료값 인상 반영나서
30일 마트 조미료 가격 15% 올라
외식기업 플랫폼 수수료 급등 울상
■"장보기 무섭다…차라리 밀키트로"
2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는 야채코너에서 쉽사리 구매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행렬들이 많았다. 이날 가족들과 쇼핑을 나온 김씨는 "주말이니 삼겹살을 구워먹으려고 고기를 샀는데, 상추가 한 봉에 5490원이라 고민 중"이라면서 "대체할 수 있는 쌈채소를 찾고 있지만 모든 채소류 가격이 한꺼번에 올라 마땅한 걸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같은날 성동구 금남시장은 더운 날씨 속 바구니 속 야채와 과일을 살피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지만 오른 배 가격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붉은빛의 부사는 5개 1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지난해 '금(金)사과' 파동때보다 가격은 내렸지만 1개에 만원 육박하는 배를 쉽사리 집어드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이처럼 치솟는 물가에 가정간편식(HMR)으로 대체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이번 명절에는 손이 많이 가는 전류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설 냉동 간편식 '전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63% 올랐다. 피코크 동태전(300g) 8980원, 비비고 도톰 동그랑땡(560g) 8790원, 사옹원 부침명장 꼬치산적(340g) 8680원으로 평균 8000원대에 전요리를 구매할 수 있는데, 현재 계란 한판 가격(6990원)과 비슷한 상황이다.
명절밥상의 필수인 소고기 무국 역시 CJ제일제당 비비고 소고기무국(500g)과 동원에프앤비 양반 진국 소고기무국(460g) 등은 5000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어, 현재 무 1개 가격과 별 차이 없다.
■가공식품 가격도 빨간 불
그러나 밀키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가공식품도 오를 전망이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조만간 제품 가격 인상을 계획 중이다. 소금과 설탕, 밀가루 등 원료 값이 오른데다 전세계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류비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들어 주요 식품기업들은 슬금슬금 가공식품의 소비자가를 인상해왔다. 지난 6월 한 식품업체는 김 원초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는 이유로 전 제품 가격을 평균 약 15% 가량 인상했다. 코코아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 제과업체는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가량 올렸다. 이밖에 식품업체들은 참기름 가격과 양조간장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다. 또 오는 30일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케첩과 후추, 참기름 등 조미료 가격을 10~15% 가량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잡기 기조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제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가격이 이제 정상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보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외식업계 가격인상 나서
외식물가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식업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수산물 등 원재료 가격 인상과 함께 플랫폼 수수료 증가,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례로 엽채류의 경우 날씨 변화에 민감해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 식자재 업체 관계자는 "8월초 대비해서 시금치 값이 5배나 올랐다"며 "도매로 한 박스(4kg)에 5~6만원 하던 시금치 가격이 현재는 4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SSG닷컴에서 판매 중인 시금치 4kg 한 박스는 42만7360원에 달했다. 시금치가 '금치'가 되면서 일부 분식점 등에서는 시금치를 뺀 김밥도 등장했다.
일선 외식업 점주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일선 점주들이 가격을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플랫폼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등이 오르면서 거의 3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앱 1위인 배민은 지난 9일 중개수수료를 9.8%로 인상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 올랐지만 심리적인 저항선인 1만원(시간당 1만30원)이 깨지면서 지속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박지현 정상희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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