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정신 소중한 공공재…깊이·넓이·다양성 강화를”
- 국제신문 69주 연재 대장정
- 필자의 세심한 의역 돋보여
- 어지러운 시대 큰 울림 선사
- 위대한 공헌 간직한 장소들
- 질 낮고 빈약한 곳은 아쉬워
- 인물 이해·평가 더 깊어져야
- 부산포해전 등 재평가 필요
◇좌담 참석인=남송우 부산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부경대 명예교수, 오상준 국제신문 총괄본부장, 유재기 부산대첩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조봉권 국제신문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2023년 4월 10일 제1회를 시작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의 ‘의역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연재가 2024년 8월 19일 자 제69회로 마무리됐다. 필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2022년 4월 세상에 내놓은 책의 제목은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이다. 김종대 필자 또한 ‘의역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를 매주 월요일 국제신문에 연재하면서 ‘죽을힘’을 다하며 우리 후손이 ‘하나가 되기’를 염원했음을 절실히 느꼈다. 의역 난중일기 대장정을 끝맺으면서 그 뜻과 보람, 과제를 짚어 보는 결산 좌담을 지난 20일 부산여해재단에서 마련했다.
▮대중매체와 최고 전문가의 협업
남송우=난중일기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어·베트남어·러시아어로 번역됐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힘겨운 우리 시대에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 뜨겁고 차분하게 보여준다. 남이 기록한 이순신 관련 서사가 아니라 이순신 장군 본인이 직접 진실하게 써 내려간 일기여서 장군의 삶과 그 시대를 총체로 파악하고 느낄 수 있다. 더없이 소중한 기록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도층이나 시민의 관심은 아직 모자란 것 같다. 지극히 안타깝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신문이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과 힘을 합쳐 69주 연재라는 장정을 펼친 점은 참으로 뜻깊다.
오상준=이순신학교를 수료하고 이순신 아카데미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저 또한 이 연재에 관심과 기대가 컸고 크게 배웠다. 특히 자기 것만 챙기려는 이 혼란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전쟁 상황 속 이순신 장군의 내면을 읽는 일은 크나큰 자극을 주었고 힘이 됐다. 미래를 짊어질 세대를 위해, 장군을 선양하고 난중일기를 더 널리 공유하는 후속 사업을 부산의 다양한 기관·단체와 기획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중요한 과제로 인식한다.
유재기=부산대첩기념사업회 사무처장으로서 국제신문이라는 공신력 높은 대중매체와 이순신 장군·난중일기를 공부하고 공유하는 사업을 이 연재를 통해 펼쳐 본 셈이다. 국제신문으로서도 이와 같은 장기 대형 연재를 이어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인데, 정성을 기울여주어서 많은 시민에게 뜻깊은 계기가 됐으리라 확신한다. 사회 속으로 시민 곁으로 더욱 다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업을 펼치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겠다.
조봉권=실무 담당으로서 김종대 필자의 정성과 헌신이 참으로 고맙다. 매회 원고를 먼저 읽으며 제 마음가짐을 다듬고 또 다듬을 수 있었다. 난중일기가 지닌 놀라운 힘도 느꼈다. 관련 사진을 새로이 찍고 자료를 구하느라 장군의 자취가 서린 곳을 많이 여행했다. 이 또한 큰 배움의 기회였다. 덕분에 국제신문은 이순신 관련 사진자료를 많이 확보한 언론사가 됐다. 장군의 아들 면이 전사한 정유년 10월 일기가 특히 잊히지 않는다.
▮의역한 뜻은
남송우=‘의역’했다는 뜻을 더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의역은 어렵다. 아무나 할 수 없다. 대상을 깊이 공부해 총체를 파악하고, 필자 본인의 철학과 사유를 반영한다. 원문과 함께, 홍기문 이은상 노승석 최두환 번역본 난중일기와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전4권)를 김종대 필자께서 비교해가며 참고한 것으로 안다. 난중일기 첫대목인 임진년(1592년) 정월 초하루 일기를 김종대 필자는 “설날 아침에 아우 여필과 조카 봉, 아들 회가 왔길래 덕담을 나누었다”고 옮겼다. ‘설날 아침’이라는 분위기를 독자는 환히 느낀다. 확인해 보니 다른 번역본은 원문 그대로 옮기면서 ‘설날’을 뒤로 돌리거나 별 의미를 두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 미세한 차이는 절대 작지 않다. 필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의역에 임했는지 이 작은 사례로도 느낄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의역 난중일기’ 연재의 바탕에 튼튼히 깔렸다.
유재기=남송우 교장께서 짚은 ‘의역’의 의미가 제게는 크게 와 닿았다. 여해재단 고문이신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40여 년 전부터 지금껏 이순신 장군을 공부하고 알리며 사랑·정성·정의·자력이라는 덕목을 추출하기도 했다. 그런 내공과 공력이 이 연재 전반에 스며 있다.
▮더욱 중요해진 ‘내실’
오상준=이순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저 또한 사랑·정성·정의·자력이라는 이순신 정신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시대의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우리 모두 저마다 상황에 맞게 그런 마음과 정신을 새기면 우리는 저마다의 이순신을 간직하며 세파를 뚫고 항해할 수 있다. 이렇듯 난중일기를 통해 표출되는 장군의 정신과 마음은 소중한 모두의 자산이고 공공재이다. 행정 당국·교육 당국과 협의하고 협력해 시민·학생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구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조봉권=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공헌을 간직한 여러 장소를 다니며 보람도 컸지만, 아쉬움과 위기도 느꼈다. 이순신 장군 콘텐츠가 관광·여행 자원으로 인식되고 국가·지자체가 예산을 서둘러 대거 투입하며 많은 사업을 펴다 보니, 부작용 또한 보였다. 남해안 일대 이순신 장군 기념·추모 공간 가운데 일부는 전시물의 질이 너무 낮고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산은 배정됐고 그걸 빨리 집행해야 하다 보니 일종의 ‘날림’ 현상이랄까, 내용이 부실하거나 감동·공감·배움을 주지 못함을 일부 공간에서 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 알리는 여해재단 같은 단체가 이와 관련한 현황을 점검·진단하는 활동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산포대첩’ 재평가 필요
남송우=공감한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개선해야 할 문제다. 저 또한 예산을 엉뚱한 프로그램이나 사업에 쏟는 사례가 보여 안타까웠다.
조봉권=이번 연재를 통해 느낀 점을 두 가지 더 말하고 싶다. 이순신 장군께서 직접 “열 번을 싸워 번번이 승첩을 거두었으나 장수들과 군졸들의 공로를 논한다면 이번 부산싸움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고 장계를 올린 부산포해전(부산대첩)의 의미가 현재의 학계 등에서는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있음을 선명히 알 수 있었다. 또한,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해와 평가를 더 깊은 차원에서 할 필요와 가능성이 동시에 보였다. 이순신은 유가와 법가, 그리고 병가가 매우 높은 차원에서 조화된, 군사·정치·사상사에서 극히 드문 인물로 다가왔다.
예컨대 장군의 함대 운용과 전투 과정을 보면 ‘손자병법’ 원리가 거의 그대로 적용됐다. 그런데 ‘손자병법’은 단순한 군사서·처세서가 아니다. 제자백가에 속하는 사상·철학서 성격 또한 강하다. 이런 식으로 그분의 무(武)·문(文)·효(孝)·충(忠)을 총체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남송우=그렇다. 부산포해전(부산대첩)에 관한 현재 인식은 지나치리만큼 과거 평가에 얽매여 있다. 당대 기록을 다시 잘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 ‘대첩’인지 인식할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김강식 교수의 연구를 비롯해 현재 학계에서도 그 의미를 재평가하는 작업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이순신 장군에 관한 접근과 이해에는 ‘이순신학(學)’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바대로 깊이·넓이·다양성을 강화해야 할 과제가 있다.
유재기=부산포해전기념사업회·부산여해재단은 부산 북항 재개발지 주요 도로를 ‘이순신대로’로 이름 짓는 일에 큰 힘을 기울였고 아울러 부산대첩기념공원·이순신기념관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민의 관심을 당부한다.
※ ㈔부산여해재단·국 제 신 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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