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디올백’ 수사심의위, 국민 눈높이서 결정해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로 판단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지난 23일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했다. 이 총장은 청탁금지법 위반부터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해당 여부까지 수사심의위가 따지도록 했다. 다음달 중순 퇴임하는 이 총장이 흠결 많은 수사의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 택한 고육책인 셈이다.
이 총장의 수사심의위 회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친윤 이창수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검찰청에 불러 조사하라고 했지만 출장조사를 했고, 사후에야 그 사실을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렇게 조사한 끝에 ‘명품백 수수와 대통령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를 그대로 재가하는 건 자기부정에 다름 아닐 테니, 이 총장 입장에선 수사심의위 회부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수사심의위가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판단한다.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면 판단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김 여사를 서면조사한 뒤 검사 휴대전화까지 꺼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 출장조사를 했다. 증거물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없었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의례적인 발언일 수 있지만, 수사심의위를 사후적 정당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모로 수사심의위가 국민이 신뢰할 만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 검토는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지만, 이번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은 검찰이 무시하기 힘들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고, ‘김건희 특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혹여 수사심의위가 검찰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논란은 이어질 것이고, 수사심의위 존재 이유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법리와 상식,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당한 결론을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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