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오랜 세월 서민 사랑 받아온 '뜨끈한 한그릇'
지역서 탕 2346곳·국밥 1375곳 검색
수십 년간 변함없는 맛 지키며 인기
유명한 순대·소머리·육개장집 많아
"대전에 참 국밥집이 많지요? 어디 가나 없는 데가 없어요!"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 대전은 동네마다 한두개 국밥이나 탕집이 있다. 나이가 좀 든 대전 사람들이 꼽는 맛집의 7-8할은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콩나물국밥, 우거지국밥집 같은 '국밥집'이거나 갈비탕, 설렁탕, 곰탕집 등 '탕집'일 것이다.
국밥과 탕, 찌개는 뭐가 다를까? 사실 그게 그것이다. 고기나 생선 채소 등에 물을 많이 넣고 끓인 것이 '국'이고 이것을 한자로 점잖게 높여서 '탕(湯)'이라고 했다. 요즘도 나이 드신 분 중에는 밥을 먹을 때 "탕(국물)이 없이 어찌 밥을 먹느냐?"고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
국(국물)에 밥을 말면 국밥이 된다. 국물을 적게 하고, 고기나 채소 등에 고추장이나 된장 등을 넣어 다소 짜게 끓인 것이 찌개다. 동태에 물을 많이 넣어 싱겁게 끓이면 동태국 혹은 동태탕, 물을 적게 넣어 짭짤하게 끓이면 동태찌개가 되는 것이다.
□ '대전 탕' 2346곳, '대전 국밥' 1375곳 검색
요즘 국밥집에서 토렴을 보기 힘들다. 토렴은 밥이나 국수를 뚝배기에 담아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서너 번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밥상에 내놓기 전에 차가운 음식을 데우는 과정으로 밥과 국수에 국물이 배어들어 맛과 풍미가 더해진다. 요새는 밥을 보온밥솥에 보관하기 때문에 데울 필요가 없다. 토렴을 하면 손이 많이 가서 인건비도 더 들게 된다. 시대가 변하니 음식 맛도, 내놓는 방식도 변했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한국인의 독특한 음식문화이다. 같은 쌀 문화권이라도 푸슬푸슬한 인디카 쌀(안남미)을 먹는 중국 남부나 인도, 동남아시아는 카레나 볶음밥이 주류이다. 끈기가 있는 자포니카 쌀을 먹은 한국 일본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유독 라면이나 우동, 어묵, 갈비탕 등 온갖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대전도 예외 없이 '국물의 민족' 후손이 사는 곳이다. 빅데이터 맛집 검색 웹사이트인 다이닝코드에서 '대전 탕'을 검색하면 2346곳, '대전 국밥'을 치면 1375곳의 맛집이 뜬다. 세분화하여 '대전 순대'를 치면 409곳, 갈비탕 376곳, 선지국밥 142곳, 곰탕 137곳, 설렁탕 72곳, 소국밥 맛집도 59곳이 나온다.
한 업소에서 2-3개의 메뉴가 올라올 수도 있고, 냉면집이나 고깃집에서 갈비탕을 팔기도 한다. 이 웹사이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업소도 있을 것이다. 이점을 감안해도 대전에 적어도 1000여 개의 국밥집과 탕집이 있는 듯하다.
가장 업소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게 순대집이다. 대전의 대표 음식이 칼국수이지만 일각에서는 순대국밥을 꼽기도 한다. 그만큼 순대 전문 식당도 많고 개성이 다양한 맛집이 많기 때문이다. 병천순대와 백암순대가 유명하지만 대전의 순대맛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전의 순대는 대체로 원도심 동구와 중구에 역사가 오래된 맛집이 많고, 신도시인 서구와 유성구에는 역사는 짧지만 맛과 산뜻한 분위기로 무장한 신흥맛집이 많은 편이다.
□ 오랜 세월 지역민에게 '공인'받은 맛집들
중구 문화동의 대동순대는 1988년에 개업한 맛집이다. 돼지뼈 국물에 순대와 내장이 가득한 국밥도 좋고, 두툼한 막창에 선지와 두부, 당면 등을 넣은 막창순대가 별미다. 원래 맛집인 데다가 쯔양과 허영만, 손석구 등이 다녀간 뒤로 손님이 부쩍 늘었다. 번호표를 뽑고 한참 기다려야 한다.
중구 부사동의 농민순대는 한화이글스 팬들이 찾는 명소다. 야구 팬을 위해 24:00까지 영업하며 경기가 있는 날 낮에는 지역민이, 저녁에는 야구팬이 넘쳐난다. 국밥도 맛있는 데다 순대국과 모듬순대 등이 가성비를 자랑한다. 대파양념장에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도 풍성하다.
동구 판암동 부여순대도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동네 맛집이다. 숭덩숭덩 썬 순대와 내장이 담긴 국밥이 담백하고 깔끔, 시원하다. 밑반찬과 함께 면사리와 간을 덤으로 제공한다. 순대국밥과 내장국밥, 머리국밥 3종류가 있어 골라 먹을 수 있다.
대덕구 중리동 오문창순대국밥은 늘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순대와 소창, 오소리감투, 허파, 간 등이 고루 섞인 국밥은 잡내가 없고 구수하다. 주방에서 국과 밥을 말고 토렴을 하여 손님에게 내놓는다. 가격 대비 풍성한 양으로 가성비를 자랑한다.
유성구 봉명동 아리랑옛날순대는 업력 30여년의 숨은 맛집이다. 이집 순대는 찹쌀과 당면, 야채, 돼지고기에 선지가 많이 들어가 정통 찹쌀피순대에 가깝다. 깔끔하고 잡내 없는 사골국물도 일품이고,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석박지를 얹어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삶은 간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유성구 신성동의 천리집은 연구단지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간판에 "직접 손으로 만든 토종야채순대 전문점"이라고 써놓았다. 내장과 순대 족발 등을 당일 삶은 것만 사용한다. 잡내가 나지 않는 깔끔한 국물에 순대와 내장이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 소머리·소국밥·육개장도 소문난 집 많아
이들 외에도 동구 인동의 광천순대, 대덕구 오정동 팔도한마당순대, 서구 둔산동 설천순대국밥, 갈마동 가마솥보은순대, 서구 괴정동 한민시장 한민순대, 유성구 궁동 천복순대국밥, 신성동 팔복집, 봉산동 김순화충남순대, 장대동 부산식당 등도 이름난 순대집들이다.
대전에는 소머리국밥, 소국밥,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의 맛집도 많다.
동구 중동 중앙시장의 함경도집은 70여년의 연륜을 가진 곳이다.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난을 와서 개업을 했다. 가마솥에 넣고 소머리를 넣고 푹 곤 국물에 머릿고기 여러 부위를 넣어준다. 진한 국물이 깔끔하고 구수하다. 칼칼한 고춧가루로 담근 배추겉절이가 맛 있다.
동구 삼성동의 명랑식당은 '파개장'으로 유명하다. 파개장은 일종의 육개장인데 대파를 많이 넣어서 그렇게 불린다. 대파를 넣고 끓인 국물이 달달하고 시원하다. 잘게 찢은 소고기가 담긴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 김치와 함께 먹는다. 1983년에 개업했고, 월평동에 분점이 있다.
중구 태평동의 원조태평소국밥(본점)도 신흥 맛집이다. '태평소국밥'은 태평동에 있는 소고기 국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시원한 국물에 소고기도 제법 많이 들어있다. 저렴한 육사시미도 유명하다. 서구 둔산동과 유성구 봉명동 등에 분점이 있다.
대전에는 수구레국밥, 콩나물국밥, 올갱이국밥, 육개장, 곰탕, 설렁탕, 매운탕, 염소탕, 감자탕 등의 국밥집과 탕집도 수두룩하다. '국밥'과 '탕'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대전 사람 스스로는 "우리 동네에 그렇게 많은 국밥집이 있었나?"하고 놀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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