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체제 2번째 고위당정…스포트라이트는 용산에?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2번째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계획을 알리는 한편 국회에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기차 화재, 부천 호텔 화재 사건에 대한 대응책과 추석물가 안정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 모두발언에서 "이번주 대통령께서 국정브리핑을 하신다"고 밝혔다. 정 비서실장은 브리핑 내용에 대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와 직결되는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대통령의 비전과 포부를 상세히 국민 앞에 밝힐 예정"이라고만 했지만, 노동·연금개혁 등 윤석열 정부 4대 개혁과제, 특히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이 브리핑의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힐 것으로 알려진 정부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방안보다는 국민연금 틀 자체에 대한 구조개혁이 주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의료·교육·노동개혁과 저출생 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될 전망이다. 민감한 내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육성 발표가 예고되면서, 당정 논의내용보다 이 부분에 여론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정 비서실장은 또한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에 대해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3달이 됐고 첫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채로 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한 대표가 이끄는 여당이 정기국회를 국민들 삶에 집중하는, 과거보다 미래를 주제로 하는 국회로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우려와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지난주 첫 민생법안인 전세사기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하고 이번주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리며 "이런 국회 본래의 모습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매 회기 비쟁점 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가칭 '민생입법 신속통과제도' (또는)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까지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와 비슷하게 "안타깝게도 지난 3개월간 국회는 여야가 공감하는 민생 입법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정기국회부터는 상호 존중과 협의에 기반해 민생법안 처리와 예산 심의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한 총리는 특히 "다수의 중요 민생법안이 있지만 이번 회기에 특별히 처리해 주셨으면 하는 법 중 하나는 간호사법"이라며 "의료 비상시기에 헌신하고 계시는 간호사님들께서 안심하고 환자 치료와 보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번 회기 내에 꼭 통과될 수 있기를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한 총리는 "최근 여야 대표도 민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 기본 정신이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을 대표해 고위당정에 참석한 이들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 지도부에 당부를 쏟아낸 모양새가 됐다.
여당에서는 최근 발생한 중요 민생 현안에 대한 건의가 나왔고, 이에 대해선 이날 회의에서 대부분 대책의 골자가 발표됐다. 한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6층 이상의 건축물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신축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 있어서 그 의무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며 "구축 건물들에 대한 화재 대책에 대해서 정부와 당이 다시 한번 깊이 논의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결과 브리핑에서 "당은 구축건물 화재진압에 필요한 장비 설치 등을 위한 정부 지원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에 공감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또 "지난 비공개 고위당정에서 저희가 전기차 화재 대책을 추가로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었고, 그 이후에 각 당과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 이슈에 대해서 저희가 이번에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법안을 통해서 룰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전기차 안전과 관련된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현재 자동차 제작사에서 자발적으로 시행 중인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당초 내년 2월부터 시행예정이었던 배터리 인증제도를 금년 10월부터 시범사업 계기로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며 "또한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무상점검을 매년 실시하고, 과도한 충전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충전기도 내년에 9만 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또한 △배터리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소비자와 제조사에게 알려주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보급 확대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관련 소방설비 기준 강화 및 일선 소방서 대응능력 강화 방안 마련 등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화재대응과 관련, 정부는 "신축 건물의 경우 모든 지하주차장에 화재 조기감지와 확산 방지가 가능한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전국 모든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고 이날 당정 회의에서 밝혔다.
한 대표는 또 추석 물가와 관련 "야채, 과일, 축산물, 수산물 가격 상승의 경우 국민들께서 피부로 느끼시는 정도가 대단히 심각하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도 많다"며 "추석 연휴가 끝나더라도 물가 관리에 더욱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배추·무, 사과·배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톤 공급 △정부 할인지원과 함께 최근 산지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쌀·한우 등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할인 공급 등 성수품 물가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추석 연휴기간(9.15~9.18)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고, KTX·SRT 역귀성 할인(30~40%) 제공 및 궁·능·유적지 무료개방 등을 하기로 했다. 올해 국군의날(10.1)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한 총리가 "쌀 농가와 한우 농가는 우리 농촌을 이끌어가는 핵심 주체인 만큼, 소비를 촉진하고 수급 변동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진행해가도록 하겠다"고 모두발언에서 밝히고, 당정 결과 브리핑에도 "당정은 쌀, 한우 등 주요 농축산물 수급 안정이 농업인 소득·경영안정, 농업·농촌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가졌다. 이에 따라 조속한 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쌀값 안정 방안'과 '한우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도 눈길을 끌었다.
쌀·한우농가 지원과 관련,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양곡법과 한우산업지원법을 추진해왔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호 사례였으며, 한우산업지원법은 올해 5월 총선 후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양곡법·한우지원법을 당론법안으로 채택하고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당정이 내놓은 쌀값 안정 방안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쌀의 의무매입과는 달리 △2023년산 쌀의 민간 재고 5만 톤을 추가 매입하고 △올해 수확기에는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하던 수확기 쌀값 안정대책을 9월 중순 이전 조기 발표하며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벼 재배면적 감축과 RPC 경영합리화를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우 수급안정방안도 입법이 아닌 △농협·자조금 등을 활용한 대대적 한우 할인행사 연중 실시(최대 50%), △급식·가공업체 대상 한우 원료육 납품지원 △농가 생산비 절감을 위한 농업경영회생자금(1%, 최대 20억) 및 축산경영자금(2.5%, 최대 1000만) 등 경영안정자금 지속 지원 △사료가격 인하 지속 추진 및 6387억 규모의 사료구매자금 상환기한 1년 연장 등 수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9월중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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