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주담대 금리인상 제동…은행들 "대출 억제할 대안 없어"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8. 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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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이례적 시장개입 시사
금감원 대출 관리 주문에
5대銀 두달새 22회 금리 올려
시장왜곡·이자장사 비판일자
당국 새로운 관리방안 요구
세수 펑크·영끌 맞물리며
정부·가계빚 첫 3000조 넘어

◆ 가계대출 관리 논란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를 올려 주택담보대출 등의 수요를 줄이려는 행태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가계대출 관리를 두고 은행권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금리 인상 외에 대출 통제 수단을 마련하라는 주문이지만 은행을 중심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이 원장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 행보에 대한 비판에 나선 것은 제1·2금융권 금리가 일부 역전되는 시장 왜곡과 관치 논란 등을 배경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가 역대 최대폭인 7조5975억원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불러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후 5대 은행은 금융채 등 시중 금리가 약세인 상황에서도 주담대 금리 등을 22차례나 끌어올렸다. 특히 은행들이 시중 금리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낮추거나 유지하는 정책을 이어가면서 '이자 마진'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커졌다.

또 제2금융권인 보험사들이 시중 금리에 맞춰 주담대 금리를 내리면서 은행권보다 일부 낮아지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주담대 등의 빠른 증가세가 여전히 진행되는 등 효과도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은행 압박이 결국 이자 장사를 도와주는 꼴이 됐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키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이날 이 원장도 "일종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겠지만 금융당국이 바란 부분은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상당한 불만이 감지된다.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것이 금융당국이었고, 최근 두어 달간 은행권의 릴레이 금리 인상도 사실상 묵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왜곡 등 비판에 직면하자 그 책임을 은행권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정책 당국이 아닌 이상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번 발언은 은행들에 사실상 금리를 올리지 말고 수요를 잡으라는 것인데, 금리를 끌어올리지 않고 대출 수요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일부 시중은행에서 갭투자에 대한 대출 제한을 시행하고 거치기간 폐지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금리 외에는 대출 수요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평가했다.

5대 은행이 지난 7월 이후 최근까지 각각 2~7차례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렸고, 이 기간 누적 금리 인상폭도 최대 1.4%포인트에 달하지만 주담대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이달 1~22일 6조1465억원 늘어, 이달 전체로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었던 지난달(7조5975억원) 금액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에, 정부 추가 대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을 것에 대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강화 외에도 모든 수단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조이기 위해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 대출 보증비율을 낮추고, 주담대 거치 기간을 없애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상향해 은행의 주담대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으면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

현재 40%(은행권 기준)인 DSR 규제 한도를 하향 조정해 차주의 대출 한도를 확 줄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DSR이 10%포인트 하향 조정되면 차주당 대출 한도가 최대 20%가량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35% 등을 새로운 기준으로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도 최종적으로 금융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살 때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는 LTV 50%, 비규제 지역은 LTV 70%가 적용된다. 가령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주담대 한도는 5억원(규제 지역 기준)인데, LTV가 10%포인트 낮아지면 대출 한도가 1억원 줄게 된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와 가계 신용은 총 3042조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2401조원의 127% 수준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 펑크'가 계속돼 국채 발행이 늘었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관련 대출 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랏빚과 가계빚은 올해 2분기에만 전 분기(2998조원)보다 44조원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3분기(63조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채무는 전 분기보다 30조4000억원 늘어난 1145조9000억원이다.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채무 증가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GDP 대비 채무 비율은 50.4%로 1982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가계신용은 1896조2000억원으로 2분기에만 13조8000억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가 16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준호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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