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000만원' 준다며 유혹 … 미얀마 데려가 여권 뺏고 감금 협박
돈 궁한 남성들에 고수익 미끼
범죄 온상 '골든 트라이앵글'서
로맨스 스캠 등 사기 가담시켜
전기고문·장기적출 협박도
사기일당 1심서 최대 징역8년
고수익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국인들을 대거 동남아시아로 유인해 건물에 감금한 채 범죄 가담을 강요하고 협박한 일당의 구체적 범행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20~40대 남성들로 이뤄진 피해자들은 여권과 휴대폰마저 빼앗긴 채 40일 동안 미얀마 범죄소굴에서 노예처럼 일하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25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23년 7월 이 범죄조직 일당은 사법당국의 감시망이 미치기 힘든 곳인 미얀마, 라오스, 태국 3개국이 맞닿아 있는 메콩강 유역 산악지대 '골든 트라이앵글'에 거점을 두고 주식·코인 리딩방 사기를 벌이기로 했다. 과거 아편 재배 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골든 트라이앵글'은 라오스 정부가 2007년부터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관리해왔지만 여전히 리딩방 사기는 물론 보이스피싱, 인신매매 등 불법 범죄 조직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당은 국내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던 이들을 노리고 "타자를 칠 줄만 알면 월 1000만원 상당의 고수익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 "태국, 라오스에 있는 정상적인 현지 회사에서 주식 상장을 위해 3개월만 일해도 5000만~1억원을 벌 수 있다"고 말하며 환심을 샀다. 피해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에 도착한 뒤 비행기와 차량을 수차례 바꿔 타며 인적이 드문 오지로 향했다. 피해자 A씨는 "이동 중간에 튜브를 타고 폭 7~8m의 강을 건너야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전기 철조망과 무장 경비원이 지키는 미얀마 칠레타익에 위치한 일당의 아지트로 넘어간 후에야 미얀마로 밀입국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들이 항의하자 "이미 너희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갔다"며 나가려면 위약금을 납부해야 하며 위약금을 낼 수 없으면 지시에 따르도록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징기스칸' '지단' 등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고 서로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어렵게 해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대비했다. 피해자들은 "이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다른 사무실이나 아예 모르는 사무실에 끌려가서 팔릴 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회사 측의 협박에 강제 로맨스 스캠·주식 리딩방 사기에 가담했다. 수사 결과 이들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2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맨스 스캠은 온라인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산 이후 돋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을 의미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전기고문과 흑방(서서 고문 당하는 공간) 감금, 장기 적출 등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실제 근무 태도 불량을 이유로 중국인 관리자에게 끌려가 감금을 당한 한 한국인 피해자는 "(감금을 경험한 이후) 눈물이 날 정도로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한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탈출 경로를 살펴보다가 경비원에게 폭행을 당해 발톱이 빠진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외출 금지뿐 아니라 개인적 용도의 컴퓨터 사용 금지, 촬영 금지 등 내부 규칙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한 피해자가 가까스로 미얀마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 신고했고 미얀마 경찰이 피해자 19명을 구출했다. 신고자 B씨는 "평생 귀국도 못한 채 중국인들과 조선족들에게 휘둘려 살 것만 같아 목숨 걸고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외교부와 주미얀마대사관 등과의 공조를 통해 이들은 모두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대구경찰청은 범죄단체 조직과 사기 혐의로 37명을 검거하고 한국인 총책을 포함한 1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기범 일당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강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6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짧게는 징역 2년, 길게는 8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진영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삭제할까, 고민 컸다”…故이선균 마지막 영화, 대사에 모두가 뭉클 - 매일경제
- ‘떡집 딸’ 트롯 가수 김소유, 틈만 나면 父 간호 “1년간 1억 써” - 매일경제
- “김건희 여사, 올림픽 선수단복 입었다”…그런데 알고 보니 - 매일경제
- “방출하랄 땐 언제고” 손흥민 통괘한 복수…180도 달라진 영국 언론 - 매일경제
- “손으로 어딜 만져” 팬들도 충격…장윤주와 전종서, 파격 ‘친분샷’ 화제 - 매일경제
- 서울보다 집값 더 오른 ‘이 동네’…“새 아파트 살아보자” 들썩들썩 - 매일경제
- “이게 만 원?”…백종원도 감탄한 고흥 가성비 현지인 맛집 - 매일경제
- 평균 연봉 1.5억원, 격주로 주4일제…신입사원 뽑는다, 대체 어디? - 매일경제
- “차원이 다른 전기차” 극찬…한국車 또 일냈다, 상복터진 현대차는 [최기성의 허브車] - 매일
- ‘방출하라고? 쉿!’ 손흥민, 멀티골로 답했다…토트넘, 에버턴전 4-0 대승 + 시즌 첫 승 신고 -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