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속속 금리인하 예고 … 한은 "집값 더 뛸라" 고심
파월, 2년만에 비둘기파 변신
"고용 냉각 막으려 모든 조치"
英·유럽 등 추가인하 나설듯
신성환 "美 금리인하 따라서
韓도 내린다 생각하면 오산"
"2년 전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그 장소에서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출발 신호탄을 쐈다."
미국 중서부의 시골 휴양지 와이오밍 잭슨홀.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주변에 위치한 인구 1만명 남짓 소도시이지만, 1년에 사흘은 전 세계 경제 수도로 변신한다. 매년 여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수장, 석학들이 모여 글로벌 통화정책의 향방을 논의하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이 열리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잭슨홀 미팅은 '글로벌 피벗'의 선언장이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팬데믹발 인플레이션의 하강과 고금리로 인한 고용시장 냉각 등 경기 둔화 우려를 내세우며 한목소리로 금리 인하를 외쳤다.
특히 파월 의장이 지난 23일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왔다"며 9월 금리 인하를 천명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경쟁적으로 추가 인하 계획을 밝히며 속도 경쟁에 들어갔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끈질겼던 인플레이션이 저물고 있다"며 이달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인하 계획을 시사했다. 금융시장에선 11월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도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발언을 이어갔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은 "유럽의 성장 전망, 특히 제조업 둔화가 9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우 센테누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지표를 감안하면 "9월 인하 결정은 쉬운 일"이라고 힘을 보탰다. ECB는 지난 6월에 주요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참가자들은 올해 잭슨홀 미팅이 2022년 미팅과 정반대의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2년 전 같은 행사에서는 파월 의장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도 감수하고 금리를 인상하겠다"며 강한 긴축 의지를 천명했고, 프랑스·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긴축 목소리를 함께 높였다.
파월 의장이 2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물가는 안정 하향세인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 우려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면서 "고용시장을 강하게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연준의 우선순위가 기존 물가에서 고용으로 전환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한편 잭슨홀 미팅에 참가한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3일 매일경제와 만나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한국도 따라 내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금리 인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한국과 미국은 이미 각자의 논리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곧바로 이를 따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경우 한국의 인하 시점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쉽게 꺼지지 않는 집값 상승 랠리가 그 원인이다.
최근 한은 금통위는 주택 가격 불안을 우려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할 경우 한국 시장금리가 빠르게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퍼져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는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금리 인하에 역행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은 "(집값이 오르는) 극단적인 분위기에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잭슨홀(와이오밍주) 윤원섭 특파원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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