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두달…여전히 현장은 참혹, 보상은 지지부진

이정하 기자 2024. 8.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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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앞.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지 두달째를 앞두고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참혹했다.

공장을 둘러싼 울타리엔 '아리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노동자가 행복·안전한 사회', '책임자 엄중 처벌', '진상규명' 등의 문구가 새겨진 파란 리본이 바람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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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노동부 조사 결과, 총체적 부실로 인명 피해 키워
유가족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첫걸음은 대표 등 구속”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 지난 6월24일 화재 사고로 23명이 숨진 지 두달여 동안 공장 가동은 중단되고, 현장은 화재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경석 기자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앞.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지 두달째를 앞두고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참혹했다. 건물뿐 아니라 공장 앞 도로도 당시 폭발로 엉겨 붙은 잔해들이 그대로였다.

경찰통제선이 쳐져 있는 출입구 안쪽에는 철골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철제들은 제멋대로 휘어 빨갛게 녹이 슬거나 시꺼멓게 그을려 있었다. 불길에 녹아 그을린 ‘아리셀’ 명패가 이곳이 공장이었음을 알게 했다. 공장을 둘러싼 울타리엔 ‘아리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노동자가 행복·안전한 사회’, ‘책임자 엄중 처벌’, ‘진상규명’ 등의 문구가 새겨진 파란 리본이 바람에 흩날렸다.

지난 6월24일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의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지난 23일 경찰과 노동부가 발표한 수사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아리셀은 방위사업청과 맺은 계약에서 납품 일정이 지연되자 이를 맞추려고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인데도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는 등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금지된 파견 형태의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은 노동자 파견사업의 허가도 받지 않은 곳이었다. 경찰은 사쪽이 비상구 설치 규정을 위반하고 방화구획도 멋대로 해제하는 등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장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은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울타리에 ‘노동자가 행복한 안전한 사회’ 등의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다. 천경석 기자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도 미룬 채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사망한 노동자 23명(내국인 5명, 외국 국적 18명) 가운데 7명(중국인)의 주검은 여전히 영안실에 안치 중이다. 사쪽이 유족과 개별 접촉하며 사망자의 국적과 비자에 따라 보상안을 달리 두는 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사쪽은 유가족에게 ‘신속하게 협의하면 5천만원을 더 주겠다’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회사가 정한 위자료를 공적 기관에 공탁하겠다’며 합의를 재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는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거리에서 투쟁에 나섰다. 협의회는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업이 파견이나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한 공정을 떠넘기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 연합뉴스

유가족과 시민사회 대책위는 26일 오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대표와 그의 아들(35·총괄본부장), 안전관리 책임자, 인력 파견업체 메이셀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라’고 법원에 촉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수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것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이익 앞에서는 어떤 두려움도, 주저할 것도 없었던 기업의 탐욕과 국방부의 무능, 부실, 무책임이 더해져 발생한 ‘기업살인’과 ‘국가살인’”이라며 “이들에 대한 구속이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깊은 ‘한’을 풀고, 참사 책임자에 대해 단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하 천경석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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