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수출신화 주역' 금진호 前 장관 별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서
박철언과 6공 최고 실세
현대·삼성·대우 등 수출기업
해외시장 확대정책 이끌어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서지간이자 급성장기 한국 기업의 수출 시장 확대를 드라이브했던 금진호 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금 전 장관은 1932년 경북 봉화에서 출생해 대구 대륜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의 동생 김정숙 씨와 결혼했다. 6공 시절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 김복동 전 의원 등과 더불어 국정 영향력이 큰 인물로 통했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1956년까지 육군 장교로 복무하고 대위로 예편한 뒤 1960년대 초반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상공부 중소기업국장, 섬유공업국장, 공업기획국장, 광무국장과 동력자원부 석탄국장 등 요직을 거치며 경제 관료로 일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남덕우 국무총리 비서실장, 상공부 차관을 거쳐 1983~1986년 상공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시장 확대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정재계에서는 그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금진호 마피아'라는 말까지 돌았다.

상공부 장관 시절인 1984년 미국이 '슈퍼 301조'를 내세워 한국 시장 개방을 압박하자 국내 간판 기업인들과 함께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현지 정치권과 주정부 인사들을 설득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때 동행한 기업인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이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또 같은 해 열린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후보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으로는 금한태 텔코웨어 대표 등이 있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