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동물농장

2024. 8. 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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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는 분으로부터 조지 오웰이 쓴 소설 '동물농장'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책이나 조그만 물건을 선물로 자주 주고받기 때문에 그 책을 받는 것은 의례적일 뿐 특별한 이유가 없을 터였는데 하필 책이 '동물농장'이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그 책, 우리나라에서는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이 시험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은 의도에서 읽어야 할 책으로 치부돼버린 그 책을 굳이 선물하며 읽어보라고 권유하신 분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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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는 분으로부터 조지 오웰이 쓴 소설 '동물농장'을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책이나 조그만 물건을 선물로 자주 주고받기 때문에 그 책을 받는 것은 의례적일 뿐 특별한 이유가 없을 터였는데 하필 책이 '동물농장'이었다. '하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농장'이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을 위한 '청소년 필독 권장도서'로 치부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미 60세가 넘은 사람이 읽을 만한 책으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서인지 좀 의아했다.

책을 받고서 1~2주일 정도 지난 후에 별생각 없이 책상 한편에 놓아둔 '동물농장'을 읽게 되면서 수십 년 전 과거에 읽었던 그 책인가 할 정도로 내용이 새로웠다. 개략적인 줄거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벤트의 발생과 진행, 내용은 새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동물농장'이 묘사한 구조는 독재사회에 비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책을 쓸 당시 특정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배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우리 시대 우리 행성의 어느 곳에서는 현실로 진행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과거보다 더 줄어든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현상은 국가의 정치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짧지만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바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속해 있는 크고 작은 사회조직 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가 적지 않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으며 과거에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생각을 몇 가지 하게 되었는데, 그중 특히 과거와 달리 받아들여진 것은 '양떼들'이었다.

청소년기에 읽었을 때는 어려서인지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양떼들'의 역할이 와닿지 않았었고 그런 역할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더욱이 그런 역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새로이 다시 읽을 때는 '양떼들'이 사회에 미치는 결정적인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한 가지 더 든 생각은, 책 속에 있는 각각의 역할이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세력에 의해서, 오용되거나 남용되거나 착취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점검, 방지, 제재하는 방법과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유달리 이러한 방법과 기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까지 연이어졌다. 이때서야 비로소 그 책, 우리나라에서는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이 시험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은 의도에서 읽어야 할 책으로 치부돼버린 그 책을 굳이 선물하며 읽어보라고 권유하신 분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결국 그분의 의도를 묻지 못하였다. 굳이 묻고 대답하여 말을 들어야 의도를 알게 되는 거냐고 여겨져 어리석어 보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물음은 스스로에게 되돌아왔다. 우리는 각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러한 오용과 남용, 착취를 점검, 제재, 통제하는 방법과 기준을 논의하고 있는가? 왜 논의하지 않는가?

[문무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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