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비겁과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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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변명을 고민하다 보니 나뭇잎마다 구멍 뚫리고 여름이 끝났다.
나는 여전히 변명과 아포리즘을 구분하지 못하고, 늙고 있고, 늙어 망해 가고, 생활로 인한 비겁과 생활로 인한 긍휼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머뭇머뭇, 점점 멍청해지고 있는데, 일주일 전, 딸아이가 꺾어 온 꽃은 시들지 않는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옆을 쳐다보는데 한 송이의 꽃만이 과거의 계절을 간직한 채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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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변명을 고민하다 보니 나뭇잎마다 구멍 뚫리고 여름이 끝났다. 나는 여전히 변명과 아포리즘을 구분하지 못하고, 늙고 있고, 늙어 망해 가고, 생활로 인한 비겁과 생활로 인한 긍휼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머뭇머뭇, 점점 멍청해지고 있는데, 일주일 전, 딸아이가 꺾어 온 꽃은 시들지 않는다. (후략)
- 김안 '추애비폭(秋崖飛瀑)' 부분
잠에서 깬 어느 날 아침, 밤새 나를 괴롭혔던 계절이 과거의 환영에 불과했음을 불현듯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기어이 흐르는 시간, 비겁과 긍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이 인간이지 않던가.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옆을 쳐다보는데 한 송이의 꽃만이 과거의 계절을 간직한 채 나를 바라본다. 삶이라는 시간의 회랑에는 그런 꽃들의 기억이 기둥처럼 서 있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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