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MZ세대가 되찾아올 기업가 정신

정주영 등 1세대 창업가 영상
MZ세대 사이에서 '핫' 해져
자기중심이고 큰 야망없지만
창고창업 등 나름 기업가정신
이런 도전 응원해야 미래동력

MZ세대가 최근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등 한국 창업 1세대 기업인들 관련 유튜브 영상에 폭발적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큰 꿈과 먼 장래보다는 현실의 소확행을 좇으며 소비성향은 높고, N포세대, 즉 출세도 내 집도 결혼도 포기하고 술도 이성도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 위 세대들이 MZ세대를 일방적으로 프레임 속에 가두었다. 이들이 '태어나기 전이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운 것', 세대를 건너뛴 할배 세대의 전설들을 찾아온 것이다.

삶의 감동 포인트 없이 '알바 근무시간 꺾기' 등으로 힘들어할 때 누가 내 등을 탁 밀어 앞으로 나가게 해주는 이가 없을 때, 미사여구만 난무하고 혼을 확 살려주는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없을 때…. 정주영의 '임자, 해봤어?'라는 짧은 한마디가 그들의 피를 끓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지만 공동체의식도 크고, 공유 개념에 익숙하지만 사회주의적 몽환을 갖지 않고, 북한보다는 기후변화를 더 두려워하고, 이병철이 될 거대한 야망은 없지만 창고에서의 기술 창업을 꿈꾼다. 직장에서 워라밸로 비칠지 몰라도 자기 몫은 확실히 해내고 당당하게 휴가를 떠난다. 흔히 '라떼는'으로 매도되는 그 할배네 동네들은 야망의 전설 창업자들뿐 아니라 화차(火車) 같았던 전문경영인, 고(故) 이민화 등 순교자적 1세대 벤처기업인,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했던 검투사 같았던 에이스 경제관료들이 한 팀이 되었다.

또 진영의 논리를 멀리하면서 한일 경제협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 대통령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모래폭풍의 나라에서 만들어낸 대통령들이 모두 기업가정신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것들이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한국이 극빈국에서 중진국 함정까지 잘 벗어난 슈퍼스타로 평가받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수년 전부터 특유의 기업가정신과 활력을 잃고 있다.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출산율도 1% 이하로 내려갔으며, 창업도 혁신형 창업보다는 쉽게 시장만 노리는 창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또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자유무역 시대는 이미 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우리가 반세기 동안 누리던 자유세계시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중국 시장은 반 토막 났고, 한국은 일하기 좋은 4계절 국가에서 아열대 국가로 들어갔고, 값싸고 넉넉한 전기를 누리던 시절도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한국은 펄펄 끓는 갈등 공화국이 되었고, 세대 간에 서로 손가락질하고 정치권은 소음뿐이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큰 물고기보다는 빠른 물고기가 먹이를 먼저 차지하는 시대다. 몇 개의 대기업이 선도해가는 경제체제는 한국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없다. 청년 창업을 밀어줄 때다.

인공지능(AI)과 '소부장'의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견인할 수 있고, K컬처를 상품화시킬 수 있는 것도 MZ의 감각이다. MZ는 일본에 대한 편견도 없다.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젊은 세대 간 새로운 경제 교류의 장을 열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MZ세대의 역할이 그래서 소중하다. 그들의 가치와 방식을 존중해주고 그들이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요즘 젊은것들'이 '요즘 기업가정신'으로 창업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주며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해주는 정부와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벽화에 들어간 1세대 창업가, 전문경영인, 경제관료와 벤처기업인들을 다시 걸어 나오게 해서 MZ의 야망을 북돋아주고 전술을 가르쳐주는 무대를 누가 만들 수 없을까? '애플'을 창업할 때 '스티브 잡스'는 21세였다.

[조환익 국민대 교수·전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