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극·미래 한곳에···거대한 미술관 된 DMZ

서지혜 기자 2024. 8.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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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그리브스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2004년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한 미군반환 공여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지난 2022년부터 경기도가 국방부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아 '갤러리 그리브스'라는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이 '갤러리 그리브스'에 가기 위해서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평화곤돌라를 탑승하고 임진강을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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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서 '오픈 전시: 통로'
나오미·지비리·정연두 등 참여
벽화·설치作···다양하게 전시
[서울경제]

캠프그리브스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2004년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한 미군반환 공여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지난 2022년부터 경기도가 국방부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아 ‘갤러리 그리브스’라는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이 ‘갤러리 그리브스’에 가기 위해서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평화곤돌라를 탑승하고 임진강을 건너야 한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평화곤돌라, 갤러리그리브스는 휴전 중인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동시에 한반도의 미래를 고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극과 인류의 미래를 응집한 공간, 비무장지대(DMZ)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1년에 한 번 DMZ를 대중에게 개방하는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DMZ 오픈 전시: 통로’를 통해서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일대에서 30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통로’를 주제로 한 작가 12인의 작품 32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극장 공간에 설치된 나오미의 대형 회화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의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공동기획한 전시는 임진각 평화누리의 극장공간에서 시작된다. 나오미는 이곳에 대형 회화 ‘우리는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를 설치해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장소성에 주목하며 흐르는 강의 이미지와 다양한 생태적 풍경, 역사적 사건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담았다. 극장 공간을 나와 발걸음을 옮기면 오스트리아 작가 한나리사 쿠닉이 제작한 ‘파주 측정하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 공간 곳곳을 직접 몸으로 잰 후, 이를 벽화처럼 그림으로 재현했다.

갤러리그리브스로 가기 위해 타야 하는 평화곤돌라 탑승장 옥상 바닥에는 흑색과 백색 자갈이 양분돼 깔려 있다. ‘균열-회색지대’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독일 베를린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지비리의 설치 작품이다. 방문객은 누구나 자갈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날카롭게 갈라져 있는 흑과 백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

평화곤돌라 탑승장 옥상에 설치된 지비리의 작품 ‘균열-회색지대’ 모습. 사진 제공=경기관광공사

임진강을 건너면 작은 휴게소를 볼 수 있다. 이 휴게소에서는 노원희 작가의 ‘바리데기’ 삽화 연작이 전시된다. 소설가 황석영이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 ‘바리데기’를 위해 그린 삽화로, 북한 여성이자 탈북민, 세계 시민이었던 바리의 삶을 그린 삽화 121점이 전시돼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관람객이 갤러리그리브스에 전시된 정연두의 'DMZ 극장 시리즈 - 도라극장'을 사진 찍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노원희의 작품을 지나 갤러리그리브스에 도착하면 박론디, 정연두, 박기진, 제인진 카이젠, 최찬숙, 신미정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 정연두는 강화도에서 고성에 이르는 13개 DMZ 전망대를 각각 하나의 극장으로 인식하고, 이를 계절별로 촬영한 ‘DMZ 극장 시리즈’ 중 ‘도라극장’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대치한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차 궤도 자국이 남아 있는 DMZ 땅을 캐스팅해 쌓아 올린 박기진 작가의 설치 작품도 흥미롭다. 박기진은 DMZ에서 군 복무했을 당시 중부전선 지역에 전차가 지나간 선이 남아있는 것을 본 후 느낀 감정을 이번 작업에서 구현했다.

속초 아바이 마을에 거주하는 실향민 1세대 권문국 씨가 한국전쟁 당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한 신미진의 영상 작업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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