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96년, 2024년 이어진 시카고 바람...해리스에 훈풍”

김상윤 2024. 8.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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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민주당 전대 관전평
"해리스 지명, 美정치 새로운 변화에 대한 화답"
흑인·여성 내세우지 않아…"감색정장 눈에 띄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같은 흐름이 있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한 후 열린 ‘피의 전당대회’ 1968년, 빌 클린턴이 연임 후보로 지명된 1996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카드를 내려놓은 2024년, 모두 시대 변화에 맞춰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거셌고, ‘과거로 다시 되돌아가지 말자(We are not going back)’가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19~22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본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의 관전평이다. 20여년간 미국 정계를 깊숙이 지켜본 그는 2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구태의연한 기득권을 내몰고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시대 흐름이 분출될 때마다 변화가 있었다”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화답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말자”를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세대교체가 안 된 트럼프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해리스를 대표해 새로운 물결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연소 여성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가 전폭적으로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장면은 민주당이 젊은 유권자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받을 계기를 마련했고, 한국계 최초 상원을 노리는 앤디 김(뉴저지주) 하원의원의 연설도 호응이 컸다”고 진단했다.

특히 해리스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대표주자에 오른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는 22일 수락연설에서 ‘국민을 위해(For the People)’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정당, 인종, 성별, 언어를 구별하지 않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힐러리 클린턴과 달리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부각하지도 않았고, 인도계 흑인이라는 점도 내세우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해리스가 여성을 상징하는 흰색이 아닌 짙은 감색 정장을 입은 것이 눈에 띄었다”면서 “트럼프가 부추기는 갈등과 대조적으로 통합을 내세운 점이 유권자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 방어권과 팔레스타인의 존엄과 자유를 함께 거론하면서 섬세한 균형을 잡은 점도 주요 포인트라고 꼽았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1968년 베트남 반전 시위 못지않게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가 극심했다”면서 “해리스가 시위 주동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다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말을 듣고 수용하면서 큰 충돌이 없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것과 달리 해리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균형을 잡았다”면서 “친팔레스타인으로 분류되는 아랍권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큰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는 어느 정도 지지율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리스에 승기를 빼앗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카드로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를 받아냈다. 민주당을 비판하며 탈당했던 그를 끌어안으면서 5%의 지지율을 더해 해리스에 대한 우위를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격전지에서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케네디의 지지율은 5%대로 떨어졌고, 전국적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한 영향력이 없다”며 “모든 유권자는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고 있는데, 케네디는 트럼프에게 전리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리스의 컨벤션 효과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까. 김 대표는 “바이든의 사퇴가 임박했을 때부터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바이든과 해리스가 장식하고 있고, 이 모멘텀은 내달 10일 TV토론까지 일단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와 해리스는 서로 ‘맞짱’을 뜬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토론은 해리스의 검증대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민주당은 바이든 패배라는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공격을 해리스가 얼마나 물리칠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시민은 고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서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어느 정도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 기업의 상품 가격을 연방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바가지 금지법’을 입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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