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아이가 아냐, 바로 당신이야”...빙의된 소녀·퇴마사·TV쇼 제작진, 진짜 악마는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31]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
그는 성공한 방송인이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지니고 토크쇼를 진행했다. 부와 명성을 한 번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실패했다는 기분을 맛봤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고 ‘1등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했는데, 그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2등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 2등 방송의 사회자라는 것은 누군가에겐 평생의 소원이겠지만, 1등으로 시선이 맞춰져 버린 그에겐 밑바닥이나 다름없었다.
출세하고도 패배감에 빠져 있던 그는 인생을 건 도전을 하게 된다. 시청률 청취 집계일인 핼러윈 데이에 신들린 아동을 출연시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인간은 현 상태의 유지가 아닌 ‘성장’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좀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매일 ‘조금 더 많이’ 갖기를 바라게 되는 게 자연스럽단 이야기다. 그에게도 2등이 목표였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등이 된 순간 그것은 새로운 기준점이 됐고, 1등을 하지 않는 이상 ‘정체’를 넘어 ‘역성장’하고 있다는 좌절감까지 안게 된 것이다.
신들린 인간과 토크쇼를 한다는 건 매력적인 방송 아이템이다. 귀신이 빙의한 아이를 통해 신의 존재가 어렴풋이라도 드러난다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사기라는 점이 드러난다면 신들린 것처럼 연기한 아이와 그의 보호자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다.
소녀는 ‘사탄교회 집단 자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다. 그 어떤 아동보다도 더 섬세하게 보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델로이와 제작진은 생각이 다르다. 생방송 중에 소녀에게 악마가 빙의하는 모습을 기어코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도한다. 빙의가 진짜든 아니든 소녀가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인간성을 도외시한 실험의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델로이는 깨닫게 된다. 이 쇼는 소녀 안의 악마를 깨워내는 작업일 뿐 아니라 델로이 자기 내면의 악마를 직면하는 시간이라고 말이다. 아동의 권리는 무시한 채 ‘악마와의 토크쇼’를 기획한 그 욕심이 바로 ‘악마성’이라는 것이다.
“자기의 영혼은 저 사람들(시청자)한테 있어. 아직도 그래”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 순간은 악마와의 토크쇼를 기획하고, 소녀 안의 귀신을 깨워보겠다고 결심한 때가 아니란 것이다. 사실은 훨씬 예전에 영혼 같은 건 던져버리고 말았다. ‘1등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마음먹었던 그날, 델로이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넘긴 것이다.
일례로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와 버렸음을 깨달은 델로이는 카메라를 보며 “당장 TV를 끄라”고 얘기한다. 이건 작품 속 TV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자, 바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된다.
영화는 악마와 거래한 델로이를 통해 관객이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간절히 염원한 ‘그것’을 가질 수 있다면 델로이처럼 영혼까지 걸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우당탕’ 소동극 같은 구성 속에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씨네프레소’는 OTT에서 감상 가능한 영화와 드라마를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 구독 버튼을 누르면 더 많은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삭제할까, 고민 컸다”…故이선균 마지막 영화, 대사에 모두가 뭉클 - 매일경제
- ‘떡집 딸’ 트롯 가수 김소유, 틈만 나면 父 간호 “1년간 1억 써” - 매일경제
- “김건희 여사, 올림픽 선수단복 입었다”…그런데 알고 보니 - 매일경제
- “손으로 어딜 만져” 팬들도 충격…장윤주와 전종서, 파격 ‘친분샷’ 화제 - 매일경제
- “방출하랄 땐 언제고” 손흥민 통괘한 복수…180도 달라진 영국 언론 - 매일경제
- 서울보다 집값 더 오른 ‘이 동네’…“새 아파트 살아보자” 들썩들썩 - 매일경제
- “이게 만 원?”…백종원도 감탄한 고흥 가성비 현지인 맛집 - 매일경제
- “차원이 다른 전기차” 극찬…한국車 또 일냈다, 상복터진 현대차는 [최기성의 허브車] - 매일
- “또 끔찍한 일 터졌다” 새벽 일터 나가다 12명 참변…안산서 승합차 전복 사고 - 매일경제
- ‘방출하라고? 쉿!’ 손흥민, 멀티골로 답했다…토트넘, 에버턴전 4-0 대승 + 시즌 첫 승 신고 -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