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지시로 홀치기 특허 포기한 발명가… 法 “유족에 7억원 배상”

양범수 기자 2024. 8.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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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국가의 강요에 의해 특수 염색 기술 특허권을 포기한 발명가의 유족에 대해 국가가 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 특수 염색 기법인 '홀치기(tie-dye)' 발명한 고(故) 신모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약 7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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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 남산 분실 끌려가 특허 포기 강요
발명가, 명예 회복하지 못하고 2015년 사망
배상액, 지연 이자까지 더해 23억6000만원

박정희 정권 시절 국가의 강요에 의해 특수 염색 기술 특허권을 포기한 발명가의 유족에 대해 국가가 7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 특수 염색 기법인 ‘홀치기(tie-dye)’ 발명한 고(故) 신모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약 7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신씨의 유족들이 받는 배상금은 23억6000여만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재판부는 신씨가 1972년 5월 홀치기 기술을 모방한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에 따라 받기로 했던 5억2000여만원과 지연이자,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등을 고려해 총 배상액을 산정했다.

신씨는 1965년 발명한 홀치기 염색은 천에 실을 묶어 염색한 뒤 이를 풀면 무늬가 나타나는 특수 염색 기법이다. 발명 당시 발명특허등록과 의장 등록을 마쳤으나, 염색업계 기업들이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신씨는 약 5년간의 소송전을 치른 1969년에야 대법원으로부터 특허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으며 특허권을 얻었다. 이후 모방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피소된 업체들은 직후 항소했고, 신씨는 항소심을 준비하다 돌연 ‘손해배상 소송 취하하고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손해배상 소송을 종결했다.

신씨는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남산 분실로 끌려가 구금된 채 이러한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당 일의 배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연행되기 전날 열린 수출진흥 확대회의에서 홀치기 수출조합이 상공부 장관에게 “민사소송 판결 때문에 수출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건의했고, 이를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수출업자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법을 악용한 업자와 이를 방치한 상공부 모두 나쁘다’ 취지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보부는 회의 다음 날 신씨를 연행했고, 사흘 만에 특허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신씨는 2006년 11월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됐다. 그는 명예 회복을 하지 못한 채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유족이 다시 신청해 작년 2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고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씨는 불법 감금돼 심리적, 육체적 가혹행위를 당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소 취하서에 날인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신씨는 자녀가 재차 진실규명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해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됐다”며 “공무원에 의해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일어날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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