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젠 안심? 아직 위험"…감염병 의사가 꼬집은 허점 '셋'

구단비 기자 2024. 8.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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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의료기관./사진=뉴스1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며 올여름 정점 규모가 기존 35만명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25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①경각심 ②시의성 ③의료진 보호가 없다고 지적했다.
①"독감 정도? '롱코비드' 우려 있어…'경각심' 높여야"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표본감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3주차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직전 대비 5.7% 증가한 1444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1주차 85.7%, 8월2주차 55.2%에 달했던 증가세가 크게 줄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이러한 둔화세를 고려하면 이번 여름철 유행은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이후 감소 추세"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예측에 대해 '정부가 경각심이 없다'는 게 감염내과 교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나친 장밋빛 전망만 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유행 규모는 꺾이더라도 중증환자랑 입원환자는 유행이 꺾이는 시점에 더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과 같은 예측은) 조금 앞서나갔다. 개학 이후 상황을 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입원환자 증가나 중환자, 사망사례 발생은 항상 전체 환자가 정점을 찍은 다음 생긴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장)도 "독감만도 못하다, 치명률이 낮다는 '독감 프레임'이 문제"라며 "코로나19는 여러 번 걸리면 '롱코비드'(만성 코로나19 증후군)가 더 심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염병 재난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 경계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거리두기는 안 하더라도 폭염주의보처럼 '코로나19 유행 안내' 문자 발송이라도 해서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쓸 수 있게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김현정 디자인기자
②"10월 접종률? 글쎄…'시의성' 맞춰 치료제 공급 집중해야"
정부의 치료제, 백신 공급도 시의성에 맞지 않는다, 너무 늦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26일부터 17만7000명의 치료제를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김우주 교수는 "치료제 신청, 배정, 배달까지 4~5일이 소요된다"며 "고위험 환자는 증상 시작 5일 이내 투약해야 하는데, 증상이 시작하자마자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대비했어야 했다"고 했다.

오는 10월 정부가 접종을 시작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10월쯤이면 지금 유행은 잦아들어서 백신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낮아지고 접종률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대다수는 '8월에 이미 걸렸는데 안 맞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범유행의 원인을 지난 겨울 상대적으로 낮았던 예방 접종률을 꼽고 있다. 지난 겨울 65세 이상 코로나19 예방 접종률은 41.3%에 그쳤다. 이번에는 755만명의 백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한정된 예산안에서 가장 필요한 치료제 확보에 힘써야 했다고 본다. 김 교수는 "지금 코로나19가 유행하는데 10월에 백신을 맞으라는 건 시기에 맞지 않는 예측"이라며 "지금 현장에서 필요한 건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③"감염 위험 가장 높은 '의료진', 백신 무료 접종으로 '보호'해야"
10월부터 시작하는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어르신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건강증진시설·노숙인 생활시설·장애인 생활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만 무료 접종 대상이다. 고위험군이 아닐 경우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접종할 수 있다. 의료진은 현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아 호소했다. 이 교수는 "병원은 지금이 제일 문제이자 고비"라며 "의료기관 종사자는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접종대상자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아웃브레이크(특정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질병이 급증하는 현상)가 발생하면 환자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데 (무료 접종 대상에) 취약시설 종사자는 포함하고 의료기관 종사자는 넣지 않았다"며 "자비로 맞으라고 하면 의료진이라고 해도 얼마나 맞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계획과 관련해서는 기본 계획 외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오는 9월 접종계획 발표를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추석 연휴 등 방역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들께 기본예방수칙 준수를 당부드리고 고위험군은 실내 마스크 착용, 대규모 행사 참여 자제 등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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