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의 ‘수심위 카드’···김건희 사건 ‘기소 권고’ 땐 파장 일파만파

정대연·김혜리 기자 2024. 8. 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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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부치면서 해당 사건 이목이 수사심의위에 쏠리고 있다. 임기가 2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이 총장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공정성 회복과 ‘임기 내 수사 마무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한 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수사팀과 다른 판단을 하면 파장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이 지난 23일 수심위 소집을 지시하면서 내건 명분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겠다고 한 수사 결과에 대해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건 표면적으로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수심위 절차를 통해 ‘봐주기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사건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전례를 볼 때 수심위 소집 지시부터 최종 처분까지는 최소 2주가량 시간이 필요한데, 이 총장 퇴임식은 다음 달 13일이다.

법조계에선 수심위 개최에 반대하는 검찰 참모들이 상당수였는데도 이 총장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검찰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장은 수사 결과를 보고받기 전부터 수심위 회부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달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건물에서 조사할 때 이 총장은 조사가 끝나갈 무렵에야 이 사실을 알게 돼 ‘총장 패싱’ ‘특혜조사’ 논란이 일었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을 전부 물갈이했고, 지난 7월엔 이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 복원 요청을 거부하는 등 대통령실·정부의 사실상 ‘수사 방해’가 계속됐다. 이 총장 스스로 “국민께 여러 차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에 수사팀의 불기소 결정을 이대로 수용할 수는 없었을 거란 취지의 분석이다. 한 차장검사는 “(이 총장이) 자신의 임기 2년 전체가 부정당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이 수심위에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도 검토하라고 한 것도 검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남김없이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심위가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논란을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북경찰청이 지난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불송치를 포함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수심위가 면피용 요식절차로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조국혁신당이 지난 6월 이 사건으로 김 여사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최근 “검찰의 처분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성실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한 기소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공인하는 꼴이 되면서 야권의 특별검사 도입 의견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수사팀으로선 수심위의 기소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불기소하기엔 야당 반발 등 때문에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소한다고 해도 봐주기 수사 낙인은 피할 수 없는 데다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도 예상된다. 수심위가 김 여사 기소 의견을 내면 이 총장 임기 내 처분은 어려워진다.

대검찰청은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종교계, 언론인·퇴직공직자 등 4개 그룹으로 나뉜 약 250명의 수심위원 후보군 점검에 들어갔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이들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한다. 그 1주일 후인 다음달 첫째주쯤 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주임검사와 김 여사 측, 최재영 목사 측은 의견서를 작성해 수심위에 제출하고, 회의에 출석해 각자 의견을 개진한 뒤 위원 질문에 답변하게 된다. 수심위가 결론을 내리면 이후 검찰이 김 여사를 최종 처분하게 된다. 수심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비판을 반영해 마련된 제도로 지금까지 총 15차례 열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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