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의 ‘수심위 카드’···김건희 사건 ‘기소 권고’ 땐 파장 일파만파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부치면서 해당 사건 이목이 수사심의위에 쏠리고 있다. 임기가 2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이 총장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공정성 회복과 ‘임기 내 수사 마무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한 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수사팀과 다른 판단을 하면 파장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이 지난 23일 수심위 소집을 지시하면서 내건 명분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겠다고 한 수사 결과에 대해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건 표면적으로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수심위 절차를 통해 ‘봐주기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사건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전례를 볼 때 수심위 소집 지시부터 최종 처분까지는 최소 2주가량 시간이 필요한데, 이 총장 퇴임식은 다음 달 13일이다.
법조계에선 수심위 개최에 반대하는 검찰 참모들이 상당수였는데도 이 총장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검찰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장은 수사 결과를 보고받기 전부터 수심위 회부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달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건물에서 조사할 때 이 총장은 조사가 끝나갈 무렵에야 이 사실을 알게 돼 ‘총장 패싱’ ‘특혜조사’ 논란이 일었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을 전부 물갈이했고, 지난 7월엔 이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 복원 요청을 거부하는 등 대통령실·정부의 사실상 ‘수사 방해’가 계속됐다. 이 총장 스스로 “국민께 여러 차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에 수사팀의 불기소 결정을 이대로 수용할 수는 없었을 거란 취지의 분석이다. 한 차장검사는 “(이 총장이) 자신의 임기 2년 전체가 부정당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이 수심위에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도 검토하라고 한 것도 검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남김없이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심위가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논란을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북경찰청이 지난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불송치를 포함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수심위가 면피용 요식절차로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조국혁신당이 지난 6월 이 사건으로 김 여사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최근 “검찰의 처분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성실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한 기소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공인하는 꼴이 되면서 야권의 특별검사 도입 의견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수사팀으로선 수심위의 기소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불기소하기엔 야당 반발 등 때문에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소한다고 해도 봐주기 수사 낙인은 피할 수 없는 데다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도 예상된다. 수심위가 김 여사 기소 의견을 내면 이 총장 임기 내 처분은 어려워진다.
대검찰청은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종교계, 언론인·퇴직공직자 등 4개 그룹으로 나뉜 약 250명의 수심위원 후보군 점검에 들어갔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이들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한다. 그 1주일 후인 다음달 첫째주쯤 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주임검사와 김 여사 측, 최재영 목사 측은 의견서를 작성해 수심위에 제출하고, 회의에 출석해 각자 의견을 개진한 뒤 위원 질문에 답변하게 된다. 수심위가 결론을 내리면 이후 검찰이 김 여사를 최종 처분하게 된다. 수심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비판을 반영해 마련된 제도로 지금까지 총 15차례 열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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