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실 93%가 쓰는 디지털 플랫폼 … AI 달고 글로벌로 간다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4. 8.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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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육 선구자 박기석 시공테크·아이스크림미디어 회장
'알루미늄 바' 첫 수출한 뚝심의 상사주재원
디즈니랜드 상상력·창의력에 감탄해 창업 결심
시공테크 설립, 88올림픽 레이저쇼로 '대박'
인터넷 목격하고 에듀테크 계열사 잇달아 설립
22년간 수집한 디지털 자료만 650만건 달해
박기석 시공테크·아이스크림미디어 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아이스크림아트 사무실에서 태블릿에 펼쳐지는 아이스크림아트 서비스를 살피고 있다. 아이스크림아트는 유아·초등학생들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스케치북이다. 이승환 기자

"어린이들이 꿈을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아이스크림아트 사무실. 박기석 시공테크·아이스크림미디어 회장이 태블릿PC에 있는 아이스크림아트 서비스를 살피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아트는 유아·초등학생들을 위한 AI 기반 디지털 스케치북이다. 영유아들이 태블릿에 그림을 그리면 자동으로 업로드되고, AI를 통해 아이들의 적성·인성·생각 등 발전 과정을 분석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어린이는 우주·천체만 그리고, 또 다른 어린이는 동물만 그린다"며 "어린이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AI 아트를 통해 꿈을 찾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다.

시공테크는 기술 기반 전시 기업에서 AI 콘텐츠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계열사 아이스크림에듀, 아이스크림미디어, 아이스크림키즈, 아이스크림아트 등을 통해서다. 특히 AI 교과서를 담당하는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설립 22년 만에 오는 30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대표 서비스 '아이스크림에스(S)'는 이미 초등학교 교실 중 93%가 사용할 정도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아울러 약 650만개의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 아카이브(저장소)를 구축하고 160개에 달하는 디지털 수업 도구·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작년 매출액 1230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달성했다. 박 회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초등 교육 사업을 넘어 유아·중고등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특화된 AI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고려대 생물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낼 여력이 안 됐다. 3년간 등록금을 모아 다시 합격한 곳이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다. 학업과 돈벌이를 병행하다 보니, 고교 졸업 후 11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1977년 율산실업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한국산 알루미늄 바를 수출하는 임무였다. 박 회장은 맨손으로 개척했다. '열사의 더위' 속에서 교차로를 지켰다.

지나가는 차량을 하루 종일 관찰하다가 알루미늄 바를 싣고 가는 트럭을 발견하면 무작정 차를 몰고 쫓아갔다. 무려 750㎞나 따라간 적도 있다. 트럭이 도착한 곳에는 어김없이 판매상이 있었다. 이들을 일일이 설득해 한국산 알루미늄 바를 판매했다. 한국이 알루미늄을 처음 수출한 것은 1978년이었다. 그해 잡힌 수출 1700만달러는 모두 박 회장이 달성한 실적이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회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그는 1년간 비어가는 사무실을 우두커니 지켰다. 달라질 미래는 없었다. 선택은 창업이었다. 다시 사우디로 날아가 1980년 '한웅'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전 세계 건축자재를 구입해서 중동에 팔아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다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인생의 정답을 찾은 곳은 디즈니랜드였다. 그곳에는 콘텐츠가 있었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있었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정판이었다. 박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휴일에는 늘 놀이공원을 찾았다"며 "선진국에 있는 테마파크나 과학 박물관은 언제나 충격과 감탄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1988년 시공테크를 설립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문화를 창조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뜻이다. 시공테크는 '1988 서울올림픽 전야제 행사'로 대박을 터뜨렸다. 63빌딩 54개 층을 스크린 삼아 레이저 영상 쇼를 한 것이다. 1990년에는 원형 영상인 옴니맥스를 도입해 국립과학관 천체관에 설치했고, 1993년 대전엑스포는 발전의 기폭제였다. 전국에 있는 과학관·박물관에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엑스포, 카타르 원예엑스포, 태국과학관 등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현재는 2025 오사카엑스포 유엔관, 오만관 등 많은 국제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2000년에 들어서자 인터넷이 온 세상 화두였다. 박 회장은 "10년 뒤 인터넷과 교육이 결합해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하는 칼럼을 읽고 디지털 교육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광이다. 인터뷰하는 책상 위에도 다 읽은 신문 5종, 책·잡지 수십 종이 쌓여 있었다. 2002년 에듀테크 기업인 아이스크림미디어를 세웠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도전해왔다"며 "아이스크림미디어를 통해 세계 첫 교사용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먼저 데이터세트를 직접 구축했다. 데이터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자체 확보는 물론 수많은 해외 콘텐츠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22년간 모은 동영상·사진·애니메이션·일러스트 등 650만건을 교육용 멀티미디어 아카이브 '에듀뱅크'에 저장했다.

시공테크는 디지털 교육 영토를 계속 넓혔다. 2013년 초등·중학생을 위한 디지털 홈스쿨링 기업 '아이스크림에듀', 2017년 유아들을 위한 '아이스크림키즈', 2021년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아트 플랫폼 기업 '아이스크림아트' 등을 잇달아 창업했다. 수많은 서비스도 태어났다. 국제 콘퍼런스에서 네 차례나 상을 받은 초등교사용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S', 학부모 230만명이 가입한 대한민국 1위 앱 '하이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박기석 회장

△1948년 전남 보성 출생 △1966년 순천고 졸업 △1977년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1977~1979년 율산실업 근무 △1980년 한웅 창업 △1988년~현재 시공테크 회장 △2004~2007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05~2007년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 △2014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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