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마을에 반했다"… 베트남 호이안의 노란빛 매력

2024. 8.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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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부터 소품까지
노란색 천지인 항만도시
어딜가든 지역민 미소 따듯
물·富·아이의 신 모신
'푸젠 화교회관' 조형물 눈길
달콤하고 쌉싸름한 못 차도
인심좋은 '르네상스 리조트'
2만원에 객실서 뷔페식 조식
요가·요리수업등 활동도 많아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전경.

마을 전체가 샛노란 호이안. 이곳은 15세기부터 무역항 역할을 하던 항만도시로 그 흔적을 여전히 담고 있다. 사방이 온통 노란빛이어서인지 이 도시의 풍광은 그 어느 곳보다 밝게 느껴진다. 그보다 더 화사한 건 어딜 가든 따스하게 맞아주는 지역민의 미소다. 문득 누군가의 순박함이 그리워지는 어느 여름날, 홀연히 호이안으로 떠났다.

흔히 노란색 하면 가을 햇빛 같은 따스함, 활기 넘치는 에너지 등을 떠올리기 마련. 공교롭게 호이안에 도착하자마자 노란색이 주는 메시지를 담뿍 받았다. 눈을 마주치는 이들 어느 누구도 고개를 돌리는 법이 없다. 환한 미소를 곁들인 인사를 건넨다. 건물 외벽부터 자잘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지 가이드는 "베트남 사람들이 노란색을 좋아한다"며 "부와 복을 상징한다 믿어, 보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과 풍요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호이안 푸젠 화교 회관.

본격적으로 올드타운을 누볐다. 그러다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에 발길이 멈췄다. 빨간 벽돌 위 멋들어진 초록색 지붕. 꼭대기를 장식한 위풍당당한 자태의 용 조각상. 시선을 사로잡는 이 중국풍 조형물은 '푸젠 화교회관'으로 들어가는 탐취안 문이다. 이곳은 17세기 베트남으로 이주한 화교들이 지은 예배당으로, 물과 부(富), 아이의 신을 모시고 있다. 현지인들은 그중에서도 물의 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지역은 과거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항구로 여겨졌다. 무역이 성행했던 것만큼이나 물과 관련한 사고도 잦아 호이안 사람들은 자연히 물의 신을 숭배하게 됐다. 회관 천장에는 수많은 이의 염원이 깃든 종이를 매달아둔 원뿔 형태의 향이 있다. 현지인 사이에는 향이 타면서 떨어지는 재를 몸에 맞으면 운수가 좋다는 미신이 있다.

호이안 옛 거리를 좀 더 거닐었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 손에 들린 음료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연꽃잎을 얹은 음료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 차의 이름은 못(Mot). 카페 못 호이안(Mot Hoian)에서 판다. 가게 주인인 응우옌흐우쑤언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차 조리법을 토대로 만들었다.

베트남 호이안 못차. 김혜성 여행+ 기자

못 차는 레몬그라스, 생강, 감초, 계피, 로즈메리 등을 넣고 우린 물에 꿀을 넣어 만든다. 달콤하면서도 여러 약재가 어우러져 쌉싸름한 맛이 돈다. 각종 허브가 들어가 소화를 돕고 무더운 베트남 날씨를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못 차 특유의 달콤한 향 때문에 찻집 주위에 벌들이 몰린다. 직원이 한 손으로는 차를 뜨고 다른 손으로는 날갯짓하는 벌을 쫓는 퍽 재밌는 풍광을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드타운 정취에 빠졌다 차로 20분 거리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2023년에 문을 연 르네상스 호이안 리조트&스파(Renaissance Hoi An Resort&Spa)다. 이곳은 '이 정도로 퍼준다고' 할 만큼 인심 좋은 리조트로 이름이 났다.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증을 안고 눈을 붙였다.

평소 아침식사를 잘 안 해도 여행 중 호텔의 조식 뷔페는 챙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르네상스 호이안에서는 단돈 2만원에 객실에서 뷔페식 조식을 즐길 수 있다. 호이안 전통 국수 까올러우·반미·쌀국수 등 뷔페 음식 대부분이 현지식이라 여행 온 느낌이 물씬 난다. 리조트 내 식당인 푸드 스튜디오에서는 눈으로 바다 전망을, 입으로 코스 요리를 한 움큼 맛볼 수 있다. 한국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을 넘나드는 시대이지만 호이안에서는 코스 요리라는 부티 나는 말에도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이곳에서는 요리마다 다른 진(Gin)을 곁들여내는 코스 요리를 1인 기준 55만동(약 3만원)에 맛볼 수 있다. 아티초크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구이에는 향긋한 달랏 플라워밤 진, 매콤한 뒷맛이 매력적인 호이안 스파이스 로드 진에는 해산물 구이를 곁들이는 등 다채로운 음식 향연이 펼쳐진다.

베트남 호이안 르네상스 호이안 리조트 & 스파. 르네상스 호이안 리조트 & 스파

이 리조트는 베트남 관광 기업 빈펄 소유의 호텔을 메리어트의 르네상스 브랜드가 인수해 재단장했다. 현재 25개의 프라이빗 빌라와 193개 일반 객실이 있다. 프라이빗 빌라는 내부를 전부 갈아엎었고, 나머지 객실 역시 내년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공사 중이라는 어수선한 느낌의 말과는 다르게 리조트 안은 객실부터 부대시설까지 벌써 제자리를 찾은 모양새다.

리조트 코앞에 끄아다이 해변이 펼쳐져 있는데도 바다 수영을 즐기는 투숙객은 드물다. 빌라 객실에 전용 수영장이 딸려 있고 너른 공용 수영장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휴가 중 문득 따분함이 덮쳐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가·줌바 춤·자전거·수영 등 매일 다른 실내외 활동을 제공해 투숙객이 심심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리조트의 인기 활동은 단연 '요리 수업'이다. 망고 샐러드부터 닭고기 볶음 등 다양한 현지 음식을 요리사와 만든 뒤 맛보는 재미가 있다. 요리사는 "베트남 요리는 식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 쉬운 게 특징"이라며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는 음식이 대부분이라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다"고 말했다.

그 밖에 거품욕 후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스파, 푸른 정원 전망을 감상하며 땀을 뺄 수 있는 운동시설과 테니스장, 유아시설 등 부대시설도 고루 갖췄다. 이 리조트의 마음 씀씀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지랖도 넓어서 리조트 밖 관광까지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투숙객을 위해 호이안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검증받은 현지 관광 안내원과 일정을 동행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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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 화폐 '동(VND)'은 단위가 매우 크다. 몇십만 동이 심심찮게 오가다 보면 당황하기 십상이다. 우리 돈으로 계산을 쉽게 이해하려면 '동'에서 0을 뺀 뒤 반값으로 계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10만동이라고 하면 1만의 반인 5000원 정도란 얘기다.

2 호이안은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우기다. 폭우를 대비해 우산과 우비 혹은 바람막이 등을 챙기는 게 좋다. 또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 마을 중심부보다 호이안 바닷가 근처 식당을 찾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호이안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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