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빈자리를 어루만져 준 그들만의 여행이야기 [여책저책]

2024. 8. 25.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로 힘듦이 쌓여만 가던 어느 날, 캠핑을 만나 몸과 마음이 마법처럼 재생되는 경험을 받았다는 한 기자가 있다. 자신에게 더 솔직한 표현을 하고 싶어 여행 중에도 꾸준히 일기를 썼고, 그 글을 모아 글쓰기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여책저책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어루만져 준 그들만의 '여행'을 따라가 본다.

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 박찬은 지음 얼론북 펴냄, 1만7800원

매 주말 바득바득 캠핑에 나서는 이유

'사주에 '나무 목(木)'이 있어서일까, 나는 호수나 계곡 등 물이 있는 캠핑장을 꽤나 찾아다니는 편이다'. 책을 받자마자 무심코 반쯤 넘긴 책장의 첫 줄에는 이런 글이 써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녹초가 된다는 저자 박찬은. 하지만 그는 주말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배낭을 메고 '바득바득' 캠핑을 떠난다.

'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를 쓴 저자의 직업은 주간지 시티라이프 기자. 그전에는 패션지 에디터였다. 수십 통의 전화를 취재원에게 돌리길 여러 번. 촬영을 위해 동물원의 뱀까지 섭외하는 극한직업을 살았다. 그러다 캠핑을 우연히 접하게 됐고, 이후 별이 알알이 박힌 밤하늘을 눈앞에 두고 기사 마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이토록 캠핑에 빠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로가 공감하는 어느 순간, 바로 그 찰나가 답이다. 저자도 그것을 바랐는지 모른다.

캠핑 초보 시절 오리털 침낭이 난로에 홀랑 타버리기도 했고, 해변 캠핑에서 토네이도급 강풍을 만나 생고생을 하기도 했다. 모닥불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새하얀 눈밭에서 커피를 내렸다. 캠핑을 마치고 짐을 다시 꾸릴 때, 저자는 일상에서 미처 찾지 못했던 반짝이는 것들을 함께 배낭에 담았다. 그러곤 다시 주말이 오면 어디론가 차를 몰고 떠나 모닥불 앞에서 불멍을 하고 요리를 해 캔맥주를 마신다.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읽고 싶다면 책의 앞뒤를 잘 살펴야 한다. 캠핑 입문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캠핑 용어를 프롤로그에 이어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꼭 가볼 만한 캠핑장 25곳을 별점과 함께 책 말미에 부록 형태로 실었다. 여기에 보너스 같은 정보가 하나 더. 바로 캠핑할 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술의 망라다. 전자책 '나의 음주술책'을 펴내며 애주가 면모를 보여 준 저자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캠핑에 어울리는 술 13가지를 엄선했다.

지금을 사는 여행 리틀블라썸 지음 디디컴퍼니 펴냄, 1만5000원

나를 찾아가는 뭉클한 여행의 순간

'지금을 사는 여행'의 저자 리틀블라썸은 자신을 두고 '꽃잎보다도 여린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상처를 줬을 때, 차마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참았다. 스스로가 점점 병들어 가는 줄 몰랐다. 삶에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마주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울긋불긋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납작하게 만들어야만 하는 때들이 자꾸만 서러웠다.

그래서 저자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모든 압박과 슬픔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그에게 간섭하지 않는 곳을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티케팅을 하고 비행기의 푹신한 좌석에 머리를 기댄 순간, 나로 향하는 여행의 설렘을 마음속에 영원으로 새겨 넣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의 살가움에 인류애가 솟아났다.

사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다는 말이 떠나기 전부터 맴돌았다. 하지만 어쩐지 잘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예상은 맞았다. 여행하며 겪은 모든 경험들이, 봄날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 같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자연 풍경, 홀로된 시간으로써 회복되는 과정을 책으로 담았다.

저자는 필리핀, 호주, 코타키나발루, 베트남, 태국까지 두루 다녔다. 그는 여행지에서의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대했다. 현지인과의 소통을 언어의 조각을 맞추듯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과정에서 저자 내면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마치 성숙의 책장을 펼치는 느낌이었다.

나를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 여행지에서 기록한 일기를 모아 글쓰기에 도전했다는 저자는 "여행은 더 이상 동경이 아니다. 여행은 나라는 책장 사이에 용기라는 가름끈을 꽂아 내리는 순간"이라고 많은 이들의 여행을 응원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