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계절감을 맛으로 느끼러 오세요"
미쉐린 스타 일식당 등재하는 게 '꿈'
산지서 갓 잡은 해산물 등 95% 국산
가족 위해 만드는 요리처럼 정성 쏟아
"미오를 오픈런 하는 미쉐린 식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요리 경력만 20년이 넘는 정창엽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미오 헤드 셰프의 당찬 포부이다. 정 셰프는 소피텔 서울의 일식당 미오(味悟·MIO)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미오를 '한국의 계절감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주말에는 만석을 이룰 정도로 붐비는 미오는 흔한 일식당이 아니다. 이곳은 일본 요리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양식이나 한식 등의 표현 기법을 섞은 '모던 일식 가스트로노미'다. 정형화한 정통 일식에서 벗어나 접시 위 음식 차림새조차 자유분방하고 현대적이다.
일본주 전문가인 기키자케시(唎酒師)와 와인 소믈리에가 직접 요리에 어울리는 술을 엄선하는 '베버리지 마리아주' 서비스도 돋보인다. 음식의 선도를 위해 식자재 중 95%를 국산으로 쓴다.
미오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 셰프는 노량진 등에서 수산물을 사지 않는다. 남해나 제주 등 산지에서 직접 경매해 배에서 갓 잡아 올린 해물만 취급한다. 정 셰프의 깐깐함 덕에 미오의 초밥은 배에서 갓 잡아 올린 듯 신선하다.
정 셰프는 일본 3대 요리 학교인 '쓰지 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지만 처음부터 일식 셰프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이전 호텔에서 그는 양식을 도맡았다.
그러던 중 호텔 내에서 생선이나 육류를 손질하는 전처리 업장 일손이 부족해지자 한동안 이 일을 도왔다. 이후 자연스레 생선을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알게 됐다. 정 셰프를 눈여겨본 호텔 내 일본인 주방장이 일식당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고, 그 길로 그는 일식과 사랑에 빠졌다.
정 셰프는 일식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본고장인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미쉐린 식당이 없었다. 일본어도 모르는 그는 일본 미쉐린 식당에서 일하겠다는 집념만 들고 식당을 찾아갔다.
손짓 발짓을 하며 20곳이 넘는 미쉐린 식당에 자신의 이력서를 돌렸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거절이었다. 그러다 기적처럼 그의 간절함을 높이 산 두 곳의 미쉐린 식당이 기회를 줬다. 정 셰프는 오사카에 있는 미쉐린 식당 세 곳을 거치며 본토 일식 기술을 흡수했다.
그는 이때 '일반 식당과 미쉐린 식당의 차이'를 배웠다. 정 셰프는 "미쉐린 식당은 고집이 세다"며 "식자재 종류부터 자르는 방식까지 요리의 모든 과정이 오차 없이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손님이, 어느 날, 어느 때에 식당을 방문하든 똑같은 맛의 요리를 제공할 것'. 이게 미쉐린 식당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게 정 셰프의 지론이다. 당시 깨달은 이 차이는 그가 미오를 운영하는 철학의 뿌리이기도 하다.
정 셰프는 "요리사의 일은 요리만 하는 게 아니다"며 "발로 뛰어 제철 식자재를 찾고 본연의 맛을 살리는 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내 가족에게 요리를 내듯이 제일 좋은 식자재로 가장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철학을 갈아 넣어 탄생한 게 '미오의 계절 코스 요리'다. 식재료부터 굽는 시간, 심지어 요리를 올리는 접시까지 모든 요소를 고려해 메뉴 개발에만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실제로 미오 방문객 중 90% 이상은 코스 요리를 찾는다.
2024 미오 가을 코스 요리는 '강약중강약' 균형이 딱 맞는다. 점심 코스 대표 메뉴는 '버섯 미소 수타 사누끼 우동'이다. 가을 대표 식자재인 버섯을 이용해 만든 일본식 된장인 미소의 깊은 국물과 쫄깃함을 극대화한 수타 사누끼 우동면이 조화를 이룬다. 후식인 포슬포슬한 공주 알밤으로 만든 '모나카 아이스크림'까지 뻔한 요리가 없다.
저녁 코스에는 정 셰프가 자신 있게 권하는 가을 요리 세 가지가 나온다. 먼저 '옥돔과 자연산 송이가 들어간 맑은 국'이다. 가을에 벼를 수확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요리로 옥돔에 구수한 누룽지 찹쌀을 묻혀 자연 송이와 함께 우려낸 국물 요리다.
한우 안심은 최고 등급인 1++를 쓰는데, 그중에서도 마블링이 상등급인 BMS 9 고기를 쓴다. 두툼하게 썬 부드러운 안심을 버섯 육수에 넣어 샤부샤부처럼 즐기는 요리다.
끝으로 손님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난가을에 이어 다시 등장한 메뉴인 '금태 솥밥'이다. 가을이 제철이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남해 금태를 고급 숯인 비장탄에 굽는다. 찰기 가득한 쌀밥은 전북 부안 농부가 기른 히토메보레라는 일본 품종의 유기농 쌀로 짓는다. 연어 산란기인 가을에 채집한 알과 노란색 유자보다 상큼하고 향기로운 청유자를 갈아 올려 마무리한다.
솥밥을 식탁에 낼 때면 모든 손님 자리로 정 셰프가 직접 찾아가 밥을 고슬고슬하게 비벼 준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 행위가 아니라 그날 요리에 관한 손님의 평을 듣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정 셰프는 "언젠가 여느 날처럼 오늘 식사가 어땠는지 손님들께 여쭸다. 근데 그날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모든 자리에서 같은 얘기가 나왔다"면서 "손님들이 입을 모아 정말 예술적인 데다가 맛까지 훌륭한 요리였다고 칭찬해주셔서 벅차올랐던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올가을 미오는 한층 더 특별해진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이 개관 3주년을 맞아 '사케 갈라 디너'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매해 단 하루만 열리는 행사로 10여 개 코스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원재료 값을 따지지 않고 최고급 요리를 선보이는 특별한 날로 예약 후 방문할 수 있다.
정 셰프는 야심만만한 표정으로 미오가 미쉐린 별에 다가서려고 한다고 전했다. 미오를 요리, 분위기, 서비스, 페어링 등이 전부 완벽한 식당으로 만들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하겠다는 그의 눈에서 별빛을 봤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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