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이용훈 고음 폭발…'오텔로'의 광기는 이런것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8.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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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폭주하는 오텔로의 현신.

세계적 테너 이용훈(사진)은 약 170분(인터미션 포함)에 달하는 공연 동안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가며 이런 오텔로를 그려냈다.

인간 내면의 변화와 질투, 분노 등 복합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 이용훈조차 오텔로 역할을 '에베레스트 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무대 위 이용훈은 '오텔로'를 향한 등정을 거침없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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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로열오페라의 베르디 걸작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선보여

광기로 폭주하는 오텔로의 현신. 세계적 테너 이용훈(사진)은 약 170분(인터미션 포함)에 달하는 공연 동안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가며 이런 오텔로를 그려냈다. 승리에 도취하고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 있다가 의심의 씨앗이 심긴 이후엔 분노에 치를 떠는 한 인간의 내면이 무대 위에 펼쳐졌다.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에선 여지없이 기립 박수가 터졌다. 영국 연출가 키스 워너가 2017년 세계적 극장인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한 버전을 가져다 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 작품으로 한국 무대에 구현했다. 재연 연출은 카타리나 카스트닝이 맡았다. 오텔로는 셰익스피어 희곡 '오셀로'를 원작으로 베르디가 곡을 써 1887년 초연된 비극 작품이다. 북아프리카 무어인 태생이라는 출신의 한계를 딛고 전쟁 영웅이 된 장군 오텔로는 부하 이아고의 간계에 넘어가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의심하고, 결국 아내를 죽인 뒤 스스로 생을 버린다.

인간 내면의 변화와 질투, 분노 등 복합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 이용훈조차 오텔로 역할을 '에베레스트 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스칼라 극장 등 세계 최고 극장에 주역으로 서며 세계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서정성과 강렬함을 겸비한 목소리) 테너로 인정받아온 그에게도 도전적인 무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칼라프 역 이후 두 번째 고국 무대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려 있었다.

무대 위 이용훈은 '오텔로'를 향한 등정을 거침없이 해냈다. 힘차게 뻗어나오는 고음으로 등장부터 좌중을 장악한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음색을 바꿨다. 군중들 앞에선 카리스마 있게 저음을 내다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마주한 순간엔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데스데모나 역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함께 부른 '사랑의 이중창'도 아름답게 소화했다. 이후 배신감에 치를 떨 땐 성대를 한껏 조여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공연장이 떠나가라 음량을 키웠다.

이아고 역할의 바리톤 프랑코 바살로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가 오텔로와 함께 부른 복수의 이중창 '대리석 같은 하늘에 맹세한다'는 두 오페라 가수의 역량과 합이 특히 두드러진 대목이었다. 이탈리아 지휘자 카를로 리치도 때론 리드미컬하고 재치 있는, 때론 한없이 묵직한 베르디의 음악을 완벽하게 조율해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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