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빛났던 SKMS"…SK家, 최종현 선대회장 26주기 추모

최태원·최재원·최창원 등 오너가,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추모'
"SKMS 정신 만든 선구자…위기 해결·그룹 통합의 버팀목 됐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034730)그룹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26주기를 맞아 고인의 경영철학인 'SK 경영관리체계'(SKMS) 정신을 재조명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의 기일(8월 26일)을 앞두고 이달 24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가족들이 모여 고인의 26기를 추모했다.

최 회장 등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의 선지자였던 선대회장의 업적을 돌이켜보고, 고인의 리더십을 본받자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2018년 최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를 마지막으로 별도의 그룹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올해도 가족 중심으로 '조용한 추모'를 하면서도, 선대회장의 철학을 사내 방송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73년 최종건 창업주의 뒤를 이어 SK그룹(옛 선경)을 맡았다. SK그룹이 위기 때마다 되새기는 고유 경영관리체계인 'SKMS'는 최 선대회장이 1979년 만든 경영 철학이다. 이후 45년간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됐다.

SKMS는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1980년 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 등 대형 인수·합병(M&A)도 SKMS 토의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SK그룹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비롯해 대대적인 조직 리밸런싱(재편)을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SKMS가 중추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와 8월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에서도 SKMS가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다.

최 선대회장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본 혜안을 통해 한국이 무자원 산유국,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년대 말 석유 파동 때 중동 야마니 석유상과 협력해 국내 석유 공급을 정상화하고, 황무지에 가깝던 통신 및 바이오산업에 과감하게 선제 투자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또 '인재를 키워야 경제 대국, 일등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라는 철학 아래 50년 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평생을 인재 양성에 힘썼다.

1998년 폐암으로 별세하기 직전에는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겨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회장이 정립한 경영철학과 시스템이 계승되고 발전돼 SK가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변화의 시기마다 SKMS 정신이 그룹 통합의 버팀목이 된 만큼 기일 이후에도 SK가 선대회장의 정신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