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세이브' 켈리 "MLB 마운드 설 수 있을까, 나조차 의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케이시 켈리(34·신시내티 레즈)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복귀 소식을 처음 알린 건 아버지 팻 켈리(68)였다.
아들 켈리는 25일(한국시간) 빅리그 복귀전에서 MLB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거둔 뒤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내게 'MLB로 올라가라'고 말씀하신 뒤 우리 둘은 몇 초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며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었다"고 떠올렸다.
눈물의 MLB 복귀전이 끝난 뒤 켈리는 환하게 웃었다.
켈리는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24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방문 경기에 팀이 10-2로 앞선 7회말에 등판해 3이닝 동안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마지막 3이닝을 책임진 켈리는 MLB 개인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경기 뒤 켈리는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루이빌 배츠 감독인 아버지와의 사연을 전했다.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서 아버지 켈리는 아들 켈리에게 "토요일(한국시간은 일요일인 25일)에 뭐 할 거니"라고 물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루이빌 소속이었던 아들 켈리는 "(트리플A 경기에) 선발 등판하겠죠"라고 답했다.
아버지 켈리는 "빨리 준비해서 피츠버그로 가라"라고 말했다.
팻 켈리는 트리플A 감독이자 아버지로, 아들 켈리에게 빅리그 콜업 소식을 전했다.
아들 켈리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로 이동했다.
불펜진에 부하가 컸던 신시내티는 25일 켈리에게 '불펜 대기'를 지시했고, 팀이 10-2로 앞선 7회말에 켈리를 마운드에 세웠다.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고서 세이브를 거둔 켈리는 "한 달 사이에 내 삶이 소용돌이쳤다"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 과정을 회상했다.
2008년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켈리는 201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켈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팀을 오가며 4시즌만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고, 통산 성적은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에 그쳤다.
2019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에이스로 활약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가 됐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해 LG에 29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올 시즌은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예전과 같은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LG와 작별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LG에서의 성적은 6시즌 163경기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다.
7월 20일에 LG를 떠난 켈리는 8월 8일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아버지 팻 켈리가 감독 지휘봉을 쥔 루이빌에 입단했다.
루이빌에서 2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50(8이닝 8피안타 4실점)을 올린 켈리는 25일 빅리그로 승격했다.
콜업 당일에 켈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8년 9월 27일 이후 약 6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고, MLB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챙겼다.
이날 켈리는 공 38개로 3이닝을 소화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9㎞로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커터, 싱커 등 여러 구종을 던지며 피츠버그 타선을 제압했다.
AP통신은 "직구와 커브에 의존하던 켈리는 KBO리그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같은 타자를 한 경기에서 3∼4번 상대하는 법도 익혔다"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에 미국으로 돌아온 켈리는 "나조차 'MLB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AP통신은 "켈리가 25일 피츠버그와 경기에서 켈리는 '빅리그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걸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도 "켈리가 오늘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우리 팀에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켈리도 용기를 얻었다.
그는 "내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오늘 나는 내가 원하는 리그에서, 내가 원하는 공을 던졌다"며 "MLB는 정말 살아나기 힘든 리그다. 내 공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 투구에 자신이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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