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역 사고로 다리 다친 작업자…수술 병원 찾으려 16시간 ‘응급실 뺑뺑이’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응급·필수의료 확충 방안 조속히 마련해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구급차량이 응급 환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다리 부상을 입은 근로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16시간 가까이 돌아다녀야 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스1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사고에서 다리를 다친 작업자가 수술을 받을 병원을 찾기 위해 16시간 가량 떠돌아다녀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기 전공 쏠림과 전공의 이탈로 인해 무너진 응급 의료 체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정작 현장은 크게 변하지 못 하고 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2시 16분쯤 발생한 구로역 사고 환자가 수술을 받은 시간은 15시간 51분이 지난 오후 6시 7분쯤이다.

당시 사고는 전차선 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반대편에서 달려온 선로 점검 열차에 치여 발생했다. 30대 근로자 1명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또다른 30대 근로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50대 근로자 A씨는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발생 10여분 후 도착한 119 구급대에게 응급조치를 받았다. 구급대는 사고 현장에서 4분 거리에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센터에 연락했으나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국립중앙의료원 중증외상센터에 연락해 오전 3시 21분쯤 이송됐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검사만 받았을 뿐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응급전원을 권했다. A씨가 다친 대퇴부, 골반골 골절 응급수술을 할 정형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다시 마포에 있는 서울연세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연세병원으로 전원해 머리의 상처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퇴부 골절 수술은 이 곳에서도 받지 못했다. A씨는 사고 발생 16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6시 7분쯤이 돼서야 강서에 있는 원탑병원으로 이송된 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 중이다. 김 의원에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19 재이송이 2645건 발생했다. 이 중 40.9%에 해당하는 1081건은 전문의 부재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 5월 응급의료 긴급대책을 발표하며 응급실 과밀화 해소, 응급환자의 신속 이송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전문의 부족에 대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결과가 이것”이라며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살린다는 필수·응급의료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응급·필수의료 확충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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