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신청자 절반으로 ‘뚝’…“바이든 이민 제한 정책 효과”
불법 이민이 미국 대선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제한 행정명령을 시행한 후 망명 신청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주민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은 정부가 이민 문턱을 과도하게 높인 탓에 망명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이주민들까지 해당 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 7월 약 5만6000건의 불법 월경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월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온 사례는 약 25만건에 달했다.
NYT는 또 국토안보부가 지난 6월 이후 망명 신청자가 50%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교 시점과 구체적인 신청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텍사스주 남서부 이글패스 등 ‘이민 핫스팟’이 진정됐다”고 NYT에 전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고, 이들을 멕시코나 본국으로 추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정명령에 따르면 망명을 신청하려는 이민자들은 미리 미 세관국경보호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심사를 예약하고, 미 정부의 공식 국경 시설로 입국해야 한다. 보호자가 없는 아동, 인신매매 피해자,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사람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해당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종전에는 일단 미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뒤 당국 관계자에게 보호를 요청하면 망명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이 행정명령이 너무 많은 이민자를 걸러낸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새로 시행된 망명 허용 규칙에 독소조항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종전엔 당국 관계자가 망명 희망자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느냐”고 질문해 진술을 들었지만 지금은 질문 없이 눈빛, 표정 등을 보고 망명 희망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현 (행정명령) 기준은 목숨 걸고 도망친 이주민을 다시 심각한 위험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심사를 기다리거나, 거절당한 이주민은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주민 단체들은 입국을 기다리는 많은 이민자가 멕시코에서 납치, 성폭행, 고문, 강탈 등에 노출돼 있으며, 비위생적 환경에서 노숙한다고 ABC방송에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그동안 망명 신청자와 불법 체류자에게 포용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에 반대한다는 미국 시민들의 여론이 우세해지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법 이민을 강력히 단속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NYT는 망명 신청자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수치가 나오면서 민주당이 ‘불법 이민 관리에 취약하다’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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